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을 인수하고 기존 건물관리사업을 에스원에 양도하는 등 일련의 작업이 상장 추진을 위한 포석이었다는 분석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에버랜드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상장을 추진키로 결의했다.
윤주화 사장은 “각 사업부문의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해외 진출 확대를 위한 기술, 인력, 경영인프라를 적극 확보해 글로벌 패션·서비스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상장 추진 배경을 밝혔다.
상장 작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려면 기업가치와 재무구조 등을 발표하는 기업공개(IPO)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야 한다.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기업이라는 점을 어필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삼성에버랜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업구조 개편을 시작했다.
패션부문은 편입되자마자 삼성에버랜드 내 최대 사업조직이 됐다. 올해 1분기 패션부문 매출은 4695억원으로 삼성에버랜드 전체 매출(1조1622억원)의 40% 수준이다.
매출 확대와 함께 삼성그룹의 모태로 꼽히는 제일모직을 삼성에버랜드로 옮겨 왔다는 상징성까지 확보했다. 실제로 이건희 삼성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사장이 삼성에버랜드로 자리를 옮겼으며, 조만간 삼성에버랜드 사명을 제일모직으로 변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상장으로 신규 자금이 유입되면 패션부문의 핵심 육성사업인 패스트패션(에잇세컨즈)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급망 확대 등에 추가 투자를 단행할 수 있다. 또 해외시장 진출도 활기를 띌 것으로 보인다.
삼성에버랜드는 패션부문을 인수한 뒤에도 사업구조 개편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11월에는 건설부문 내에 있던 건물관리사업을 4800억원을 받고 에스원에 양도했다. 패션부문 인수 자금을 충당하는 한편 연관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한다는 논리였다.
이같은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삼성에버랜드는 패션·서비스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하면서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던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상장을 앞두고 기업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삼성에버랜드는 상장 이후 기존 리조트부문과 건설부문의 사업 경쟁력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리조트부문은 용인 에버랜드 시설 확충과 호텔 투자, 건설부문은 친환경 기술 극대화 및 병원 등 특화시장 수주 확대를 각각 추진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부문 인수 등으로 삼성에버랜드의 기업가치가 전반적으로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 상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경영 승계와도 맞물려 있는 만큼 삼성에버랜드 입장에서는 사활을 걸고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