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가 시어도어 루즈벨트 앞세우는 속내는

공화당이 추앙하는 루즈벨트, 공정한 기회 강조
`공평·불공평` 프레임으로 대선판 짜려는 시도
  • 등록 2011-12-07 오전 11:25:22

    수정 2011-12-07 오후 3:18:10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부자 증세와 일자리 창출 법안 등을 놓고 공화당과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출신의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을 내세워 공화당을 압박하는 고단수의 정치 전략을 펼치고 나섰다.

지난 1901년 대통령에 취임해 대외적으로 미국 국력 신장에 크게 기여한 루즈벨트는 국내에서는 셔먼 독점금지법으로 대기업 등의 세력을 견제하며 `공평정책(square deal)` 표방, 미국 자본주의가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루즈벨트 대통령이 100여 년 전 `신국가주의(New Nationalism)`를 천명했던 캔자스주 오사와토미를 찾아 중산층을 보호하자는 자신의 정책이 루즈벨트 대통령의 정책과 다를 바 없음을 강조했다.   신국가주의는 자본주의 발달로 생긴 빈부격차 문제를 사회정의 차원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루즈벨트 대통령의 진보적 정치 철학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선 경제위기로 붕괴위기에 처한 중산층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기회를 보장해주는 것은 토론의 대상이 아님을 강조하며 일자리 창출 법안과 중산층 감세 법안에 반대하는 공화당의 정치 노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미국은 모든 사람이 공평한 기회를 얻고 공정한 규칙에 따라 움직일 때 성공해왔
시어도어 루즈벨트 
다"며 이는 민주당이나 공화당 어느 한 쪽의 가치가 아니라 바로 미국의 가치"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여기에 공화당이 추앙하는 루즈벨트 대통령을 내세워 공화당의 논리가 부당함을 거듭 강조했다.   루즈벨트는 남북전쟁 후 비약적으로 발전한 미국 경제력에 알맞은 국제적 영향력을 확보하고, 또 경제 성장의 그늘인 빈부격차 문제 해결에 힘써 공화당 뿐 아니라 미국민으로부터 존경받고 있는 역대 대통령 중 한사람이다.   그는 "루즈벨트 대통령이 엄격한 자유시장경제 옹호론자였지만 시장이 우리가 원하는 것을 무조건 얻게 해주는 게 아니라는 걸 인지했다"며 "루즈벨트 대통령은 공정하고 열려 있는 정직한 경쟁이 보장될 때만 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이어 "루즈벨트 대통령이 주창한 원칙 때문에 미국은 지금 더욱 부강한 나라가 되었다"며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힘으로 각자 자기를 지키면 더 잘살게 될 것이라는 공화당의 경제 논리는 절대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 분석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연설을 통해 `공평`과 `불공평`이라는 프레임으로 미국 대선판을 새롭게 짜 판세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돌리려는 시도를 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 자신의 야심찬 경제 계획인 일자리 창출 법안의 조속한 시행을 위해 미국민들이 두루 존경하는 루즈벨트를 내세워 공화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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