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총제 역사의 뒤안길로..재계 화답할까

"재계, 출총제 폐지로 43조 출자여력"
"투자·고용확대..구조조정 과정에서 역할 기대"
  • 등록 2009-03-04 오전 10:44:17

    수정 2009-03-04 오전 10:44:17

[이데일리 오상용기자]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기 위해 도입된 출자총액제한제도가 부활 8년만에 폐지됐다. 간밤(3일) 국회는 상임위원회와 본회의 의결을 거쳐 출총제 폐지를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출총제는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계열사중 자산규모가 2조원이 넘는 회사가 순자산의 40%를 초과해 다른 기업에 출자하는 것을 제한하는 제도. 폐지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삼성전자와 삼성중공업 현대차 등 10개 그룹 31개 계열사들이 규제에서 벗어나게 됐다.

◇ 폐지와 부활..다시 역사의 뒤안길로

출총제는 86년말 도입됐다. 재벌의 선단식 경영에 따른 리스크 집중과 기업여신 편중에 따른 자금배분의 불균형 등 재벌의 기업확장이 국가경제에 불러올 부작용을 막기 위해 마련됐다.

98년 2월 IMF 외환위기를 맞아 적대적 M&A를 허용하면서 경영권방어의 일환으로 폐지됐지만 이듬해(99년) 다시 재도입이 결정돼 2001년 부활한다.

이후 `출총제 폐지`는 재계의 숙원사업이 됐다. 논란도 뜨거웠다. 대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시대에 뒤떨어진 악법이라며 폐지를 주장하는 재계와 재벌의 문어발 확장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팽팽히 맞서왔다. 그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예외조항과 특례조항이 생겨나면서 출총제는 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했고, 2009년 3월3일 기점으로 부활 8년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사실 출총제 폐지는 정해진 수순이었다. 참여정부 당시에도 궁극적 폐지를 염두에 두고 적용대상과 범위를 대폭 완화했고, MB정부 역시 대통력직인수위 시절부터 폐지를 기정사실화했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출총제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지만 출총제는 이미 실효성이 저하돼 폐지에 따른 규율공백이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새로 도입하는 기업집단 공시제도를 통해 기업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시장개방과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면서 시장규율이 개선되고 기업행태도 차입을 통한 확장경영에서 수익성 위주로 변한 상황에서 출총제는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제약하는 부작용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재계 화답할까..43조 출자여력

이번 조치로 출총제의 굴레를 벗는 기업은 10개 그룹 소속 31개 핵심 계열사들이다. 삼성전자(005930)와 삼성중공업 삼성에버랜드 삼성전기 제일모직 현대차(005380)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SK건설 롯데쇼핑 현대중공업 한진해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간 출총제 때문에 투자길이 막힌다고 호소해 왔던 재계는 이번 조치에 얼마나 성의있게 화답할 것인가. 대공황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기침체를 맞아 대기업의 투자와 고용확대는 어느때 보다 절실하다.

공정위는 출총제에 묶여 있던 31개 대기업의 출자여력은 43조원에 달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자연 출총제 폐지에 맞춰 재계가 어떤 행보를 보여줄 것인지, 국민적 관심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선 출총제 폐지가 즉각적인 대규모 투자확대로 직결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간 재계가 투자를 꺼렸던 이유는 신성장 동력을 찾지 못해서지, 출총제가 무서워서가 아니었다는 것. 출총제 폐지가 갖는 상징성에 비해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후퇴가 심화되면 구조조정 수요도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면서 "출총제 폐지로 재계의 투자 장벽이 사라진 만큼 향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핵심 산업기반을 보호하고 해외 헐값 매각을 막는데 있어 재계의 역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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