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생생한, 순간의 느낌 … ‘이모셔널 드로잉’전

  • 등록 2009-02-24 오후 12:00:00

    수정 2009-02-24 오후 12:00:00

[경향닷컴 제공] 서울올림픽공원 안에 자리한 소마미술관은 개관 초부터 드로잉에 비중을 두었다. 2006년 미술관내 드로잉센터 개관전이던 ‘잘 긋기’전에서는 작품의 밑그림으로만 알려진 ‘드로잉’을 새롭게 정의하더니 지난해 개최한 ‘한국드로잉 100년전’에서는 한국 드로잉의 역사를 조망했다.

▲ 빠른 붓질로 내면의 정서를 담아내는 김소연의 ‘나의 뇌’(패널에 유채, 145×112㎝, 2008)
이번에는 동시대 드로잉의 지형도를 살핀다. 지난 19일 시작된 ‘이모셔널 드로잉’에는 아시아 및 중동 지역 9개국에서 선정된 작가 18명의 드로잉 250여점이 모였다. 작가의 직관과 순발력으로 태어난 작품들이 다양하다. 전시는 지난해 일본 도쿄국립근대미술관에서 기획해 교토국립근대미술관을 거쳐 순회전 형식으로 소마미술관에서 열리게 됐다. 이 과정에서 김소연, 이영빈 등 한국 작가 2명과 고니시 도시유키 등 일본 작가 1명이 추가됐다.

전시를 기획한 도쿄국립근대미술관의 큐레이터 호사카 겐지로는 아시아 및 중동 출신 지역 작가들에 방점을 찍기보다 전시제목처럼 감정이 드러나는 행위로서의 드로잉에 주목하기를 당부했다. “지역성보다는 전시 제목을 염두에 두고 감상하셨으면 합니다. 원래 드로잉은 대중을 의식하고, 발표하기 위한 작품이 아니어서 생생함이 담겨 있는데 이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고민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볼 것 가운데 하나는 드로잉을 보여주는 방식의 다양성이다. 드로잉이 가진 생생함은 유리 액자에 담기면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슈시 술라이만(말레이시아)처럼 작가가 공책에 그리고 쓴 드로잉북을 그대로 보여주거나, 피나리 산피탁(대만)처럼 액자가 아닌 다른 틀거리에 드로잉을 담아 설치미술의 형태로 보여준다. 또 아말 케나위(이집트)나 아비쉬 케브레자데(이란)는 드로잉을 영상물로 만들어 애니메이션의 느낌을 준다.

▲ 자유연상기법처럼 필요할 때마다 공책에 쓰고 그리면서 탄생하게된 슈시 술라이만의 드로잉북 ‘스튜디오 18’(혼합재료, 26.5×21㎝, 2008).
5개의 전시실은 테마별로 꾸며졌다. 특히 인물을 주제로 하는 김정욱(한국)과 고니시 도시유키(일본)의 드로잉이 설치된 2전시실이 흥미롭다. 인물이라는 공통의 소재를 담아내지만 매체도, 표현방식도 다르다. 먹과 한지를 이용한 김정욱의 작품은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며, 종이에 유화물감을 이용한 고니시의 작품은 몽환적이다. 얇고 가는 색연필로 새, 금붕어 등을 시각화한 사카가미 치유키(일본)의 드로잉은 대상에 대한 집요하고 편집증적인 태도가 눈길을 끈다.

소마미술관 박윤정 전시팀장은 “드로잉은 바로 작가들이 지닌 지역적·문화적 경계가 사라지는 지점에서 시작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4월19일까지 계속되며 다음달 7일에는 한국과 일본의 드로잉에 관한 세미나가 열린다. 관람료는 성인 3000원. (02)425-1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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