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어쩔수없이` 금리인하..페그포기論 커져

사우디·U.A.E. 등 1일 美 따라 일제 금리인하
U.A.E. 디르함 예금급증..페그포기 예상 투지자본 `밀물`
중동 달러페그 폐지시 美달러는 더 추락할 듯
  • 등록 2007-11-02 오전 11:32:54

    수정 2007-11-02 오전 11:32:54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치솟고 있는 국제유가로 전세계에 인플레이션 암운이 드리워워졌다. 석유를 생산하고 있는 중동 국가들도 인플레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고유가 때문에 밀려 들어오는 돈은 많고, 환율이 미국 달러에 묶여 있기 때문에 자국 통화 가치가 같이 절하될 수 밖에 없어 수입물가 상승이란 부작용이 불가피한 상황인 것이다.

사우디 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 등 달러 페그(Peg)제를 택하고 있는 중동 국가들은 그러나 1일(현지시간) 전일 미국의 금리인하 결정에 따라 일제히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금리도 환율에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국가의 인플레 걱정이 커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금리인하는 사실 `울며 겨자먹기식`이었고, 이에따라 달러 페그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전했다.

지난 5월 아랍 3위 경제국 쿠웨이트가 이미 달러 페그제 포기를 선언한 바 있다. 쿠웨이트는 자국 통화 디나르를 통화바스켓에 연동해 움직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6월엔 시리아가 달러 페그제를 포기했고, 물가 압력이 높은 U.A.E와 사우디 아라비아가 다음 번 차례라는 전망이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실제 사우디는 지난 9월 미국의 금리인하에도 불구, 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서 이런 가능성이 더욱 고개를 들었다. 관련기사 ☞ 추락하는 달러..기축통화 균열음 `곳곳`

이미 중동 국가들이 페그제를 결국은 포기할 것으로 보고 환차익을 노린 투기 자본들의 공습은 개시된 상황이다.

특히 U.A.E. 은행들에 예치된 예금은 1조 디르함(Dirham), 약 2720억달러에 달해 사상 처음으로 사우디 아라비아를 넘어서 이를 반영하고 있다. U.A.E.의 올해 물가 상승률은 2년 연속 10%를 넘을 전망이다.

도이체방크의 중동지역 최고경영자(CEO)인 헨리 아짐은 다우존스와의 인터뷰에서 "투기세력들은 결국엔 페그제가 포기될 것에 베팅하고 있고, 이것이 디르함 예금을 늘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캄란 부트 크레디트스위스(CS) 그룹 두바이 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페그제 폐지에 대한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면서 "시장은 이미 U.A.E.는 페그제를 포기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만약 현실화할 경우 달러화는 더 떨어질 수 있고, 이것이 유가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유럽 내 이머징 마켓 구가들은 독자적으로 움직여 대조를 이뤘다.

아이슬란드는 이날 금리를 0.45%p 올려 13.7%로 조정했다. 고속 성장에 따른 인플레 위협을 선제적으로 차단한다는 취지에서였다. 지난 2004년 이래 19번째 금리인상이었다.

루마니아 중앙은행 역시 같은 날 금리를 7%에서 7.5%로 상향했다. 가계 수입과 지출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인플레 걱정이 높아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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