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의 사람들 "울릉도 동남쪽 뱃길따라 200리에 삽니다"

  • 등록 2007-08-31 오전 11:20:01

    수정 2007-08-31 오전 11:20:01

▲ 독도에 살면서 독도의 실효적 지배를 몸소 실천하는 독도리 이장 김성도씨가 자신의 거처인 서도를 뒤로하고 활짝 웃고있다.
[한국일보 제공] 유난히 쾌청한 하늘아래 삼봉호가 잔잔한 바다를 가르고 접안시설에 도착하자 고독에 빠져있던 섬이 갑자기 부산스러워졌다.

“독도다!” 소리치며 갑판 위에서 튀어나온 사람들은 사진 찍겠다고 위험한 부두의 가장자리까지 서둘러 나서고, 이를 제지하는 독도경비대원들의 손사래는 덩달아 바빠진다. 경비대원들과 함께 마중 나온 삽살개 ‘몽이’가 관광객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인사를 하는 통에 좁은 부두는 더욱 복작거린다. 독도 순례객들이 짧은 방문을 아쉬워하고 배에 오른 후, 독도는 다시 평온의 제 모습을 찾았다.

▲ 독도경비대 막사로 올라가는 중에 만난 빨간 우체통. 독도는 799-805라는 우편번호를 가지고 있다.
누군가 독도를 우리 국토의 막내섬이라 부르지만 사실 독도는 울릉도(250만년)보다 오래 전, 제주도(120만년) 보다도 훨씬 전(460만년)에 바다 위로 솟은 맏형 격의 화산섬이다. 해의 거친 파도와 싸우며 고독에 익숙해 있던 섬은 일본의 계속된 영유권 주장 때문에 우리 자존의 상징이 되어왔다.

현재 독도에 사는 사람은 독도경비대 소속 1개 소대와 독도 등대를 지키는 항로표지원 3명, 그리고 경비대가 있는 동도에서 150m 떨어진 서도에 터전을 잡은 독도 주민 김성도(67), 김신열(69)씨 부부다. 남편 김씨는 부부만 사는 이곳 독도리의 이장이기도 하다.

김씨가 독도와 인연을 맺은 지는 40년이 더 된다. 1960년대 중반 독도의 첫주민인 최종덕(87년 작고)씨와 함께 독도를 오가며 해산물을 채취해 내다 팔았다.
해녀들과 독도에서 일을 하던 김씨는 그들 중 한명인 지금의 아내와 살림을 꾸렸다. 부인 김씨는 제주 출신이다.

▲ 독도에는 4마리의 삽살개가 있다.
“외롭지는 않느냐”란 질문에 독도리 김 이장은 무슨 헛소리냐는 듯 “재밌지”라고 잘라 말한다.
 
얼마 전 아내가 왼쪽 다리를 다쳐 울릉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나간 김에 좀 더 쉬다 올 법도 한데 “깝깝해서” 서둘러 독도의 집으로 돌아왔다. “예약도 못해 무조건 병원 문을 열고 들이밀었는데 독도에서 왔다고 하니 의사고 간호사고 다 잘 봐주데.” 김 이장은 독도인의 유명세 덕을 톡톡히 보고 산다고 했다.

▲ 소대원들과 독도를 지키고 있는 독도경비대 소속 신종태 부대장.

97년 해양수산부가 그들이 살던 터에 3층짜리 어업인 숙소를 지어줬다. 1층은 기계실이고 2층은 담수화설비가 갖춰졌다. 3층이 부부의 공간. 자가발전기가 있어 웬만한 가전제품은 다 갖추고 산다. 큰 바람 이는 날이면 부부는 방안에 틀어박혀서는 TV를 즐긴다.

외딴 섬에 살다 보니 자식들 얼굴 보기가 쉽지 않다. 딸 둘에 아들 하나, 모두 출가해 뭍에서 살림을 이루고 산다. 작년 여름에는 모처럼 큰 딸 식구들이 찾아왔다. 하지만 딸 식구를 태운 배는 독도에 거의 다 왔다가 파도가 높아 접안을 포기하고는 다시 돌아가야만 했다.

김 이장은 “예전에는 문어가 땅 위로 슬슬 기어올랐는데 섬 주위를 그물에 통발이 온통 휘감고 있어 고기고, 소라고 씨가 마른다”고 푸념이다.

독도에서 살면서 좋은 점을 이야기해달라 하니 “자랑할게 뭐 있노. 그냥 내 집에 마냥 누워있을 수 있는 거, 그거나 자랑할까.” 하기야 독도에 자기 집을 가지고 있고, 그 청정의 자연을 누워서 만끽할 수 있는 여유보다 부러운 게 또 있을까.

독도를 지키는 독도경비대는 순환 근무한다. 울릉도에 머물며 1년에 2달씩 1개 소대가 번갈아 독도에 들어온다. “섬에 뭐 할 것도 없으니 독도 근무는 휴가 아니냐”고 묻자, 신종태(33) 부대장은 “다른 곳에 있는 의경들은 2주에 한 번 외출도 하고, 샤워도 맘껏 할 수 있지만 이곳에선 불가능하다”고 고충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배가 못 오는 날이 많아 장기간 보관 가능한 냉동식품으로 대부분의 끼니를 때워야 하고, 겨울이면 눈도 많고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바람이 거세 위험하고, 여름에는 바닷모기가 극성이라 고생”이라고 했다. 부두 접안시설은 좁고 관광객 수는 많아 행여 바다에 빠지지 않나 신경 쓸 일도 많다.

독도 이장이나 독도 경비대에게 많으면 하루 4번 찾아오는 관광객은 그리 성가진 존재만은 아니다. 되려 2시간 30분 배를 타고 와서는 섬의 흙엔 발도 못디뎌 보고 콘크리트 구조물인 접안시설 위에서만 고작 20분 머물며 사진만 찍고 가는 그들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진짜 성가신 이들은 ‘특별한’ 완장을 찬 사람들이다. 국회의원이다 고위 공무원이다 ‘방귀께나 뀐다’는 높으신 분들은 뱃멀미 싫다고 헬기를 타고 날아오기 일쑤다. 천연기념물인 괭이갈매기 서식지 등 독도의 자연환경을 망가뜨리는 주범이다.

무슨 산악회다, 수중탐사팀이다 하는 단체들도 독도에 와서는 쓰레기 몇 점 치우고는 플래카드 크게 펼쳐놓고 함께 사진이나 찍자며 졸라대고, 섬 정상까지 독도 구경을 제대로 시켜달라고 귀찮게 하기 일쑤다. 일부는 가족들까지 데리고 와서 독도에서의 특별한 휴가를 만끽하기도 한다.

독도와 독도의 사람들은 망망대해와 더불어 고즈넉한 원하지만 쓸데없이 시비를 걸어대는 인접국과 특별한 땅에서의 특별한 대우를 요구하는 사람들로 인해 때때로 번잡하고 귀찮다. 독도가 고독한 이유다.


▶ 관련기사 ◀
☞우리의 동쪽 끝 섬, 독도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아찔한 눈맞춤
  • 한강, 첫 공식석상
  • 박주현 '복근 여신'
  • 황의조 결국...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