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홈쇼핑사업` 시장평가 `냉담`

증권사 3곳 투자의견 목표가 일제 하향..`잘못된 투자`
  • 등록 2006-08-03 오전 11:03:21

    수정 2006-08-03 오전 11:03:21

[이데일리 이진우기자] 롯데쇼핑(023530)의 우리홈쇼핑 인수에 대해 증권사들은 일제히 '잘못된 투자'라며 비판적인 분석을 쏟아냈다.

한국투자증권과 CJ투자증권, 교보증권은 2일 롯데쇼핑(023530)의 투자등급을 한단계씩 하향조정했다. 우리홈쇼핑 인수에 따른 리스크를 반영한 결과다. 증시 전문가들은 ▲인수가격 고평가 문제 ▲태광산업과의 불안한 관계 ▲SO기반 확보를 위한 추가비용 ▲백화점 사업과의 불투명한 시너지 ▲방송위 허가문제 등을 우리홈쇼핑 인수의 부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교보증권은 이날 롯데쇼핑의 투자등급을 '보유'로 낮추고 목표주가도 14.3% 하향조정한 37만7000원으로 내려잡았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목표주가를 42만5000원에서 38만1000원으로 내렸고 CJ투자증권도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조정했다.

◇경영권 프리미엄 2468억..너무 비싸게 샀다

한국투자증권은 롯데쇼핑이 4667억원에 인수한 우리홈쇼핑 지분 53%의 가치를 좋게 봐도 1913억원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롯데쇼핑이 우리홈쇼핑의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2468억원을 지급한 셈이라는 것.

교보증권도 기업가치 평가 기준인 PER과 EV/EBITDA 기준으로 볼때 우리홈쇼핑을 산 가격은 CJ홈쇼핑이나 GS홈쇼핑의 가치에 비해 2.1배 더 비싸게 샀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 계산과정에서 빠진 CJ홈쇼핑과 GS홈쇼핑이 갖고 있는 SO지분가치까지 감안하면 우리홈쇼핑 인수가격은 그보다 훨씬 더 비깐 셈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투자증권 구창근 연구원은 "이번 인수건을 계기로 홈쇼핑 업종 자체를 재평가할 수 있다는 긍정적 분석도 있지만 경영권 프리미엄이 과도하게 포함된 이번 한 건의 M&A가 오랜 기간 누적된 시장 참여자들의 기업가치 평가를 압도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특히 시장 일각에서는 롯데쇼핑이 상장자금 유입 등으로 과도한 수준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가진 현금 비해 투자효율이 높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을 제기해왔는데, 이번 투자가 그런 리스크를 현실화한 첫 사례가 된다는 점에서 시장의 부정적 평가의 농도는 짙어지고 있다.

◇태광산업과의 '불화' 간단치 않다

우리홈쇼핑 지분 46%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국내 최대 MSO 사업자 티브로드와의 불화도 이번 투자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각의 주요한 근거다.

홈쇼핑에서는 얼마나 많은 방송망을 확보하고 인지도 높은 채널을 배정받느냐가 오프라인 유통업에서 백화점이나 할인점의 '입지(location)'만큼이나 중요한데, 롯데쇼핑은 그런 기반이 전혀 없을 뿐 아니라 기존에 갖고 있던 태광산업과 우리홈쇼핑의 우호적 결합마저 끊어놓은 상황이다.

한국투자증권은 "태광 측과의 원만한 타결 없이는 정상적 영업이 어려울 것이며 타결되더라도 홈쇼핑 방송 송출 수수료는 올라갈 수 밖에 없어 수익성 확보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백화점 노하우와 결합? 글쎄‥

롯데쇼핑이 우리홈쇼핑 인수를 통해 시도하는 오프라인 유통업과의 시너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우선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의 상품 구매파워를 홈쇼핑과 결합할 경우 기존 홈쇼핑 사업자보다 싼 값에 물건을 구매해올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국투자증권 구창근 애널리스트는 "이미 기존 홈쇼핑 사업자들이 납품 벤더들보다 협상력에서 현저히 우위에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롯데가 그 마진폭을 더 늘릴 수 있는 여지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홈쇼핑 채널을 백화점의 할인 행사 채널로 활용하는 부분도 백화점의 영업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상쇄효과가 있고, 세븐일레븐 등 롯데의 기존 유통채널을 활용한 배송비 절감 부분도 이미 GS홈쇼핑과 GS25가 별다른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부분이 못된다는 평가다.

이미 현대홈쇼핑을 인수한 현대백화점이 홈쇼핑 상품구색이나 고객 확보 차원에서 두드러진 시너지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오프라인 유통사업과 홈쇼핑의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는 반증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할인점 M&A에서 실패한 롯데가 우리홈쇼핑 인수로 이를 만회했다는 시각도 내놓고 있다. 신영증권 안지영 애널리스트는 "홈쇼핑의 신용카드 결재 비중이 95% 이상이고 카드수수료가 4%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회원수 670만명의 롯데카드와의 시너지 효과가 충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깐깐한 방송위도 걸림돌..대책 있는 건가?

방송위원회의 허가 문제도 롯데 입장에서는 큰 난관이다. 자칫하면 홈쇼핑 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 지난 2001년 우리홈쇼핑 사업자 선정 당시 이미 롯데그룹이 탈락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방송위가 롯데쇼핑의 인수를 환영할 가능성은 낮다.

방송위가 일정한 제한을 두고 인수를 승인할 가능성도 있으나 이 경우 비용증가나 수익 감소가 있을 수 있고, 특히 이번 우리홈쇼핑 인수 승인건이 3기 방송위가 출범한 후 사실상 최초의 중요사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방송위 통과 문제가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는 분석이다.

교보증권 박종렬 애널리스트는 "과거 홈쇼핑 사업자 선정 당시에 롯데와 신세계를 배제했던 것은 지방중소기업 유통활성화와 기업형 유통기업 확대 방지 차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방송위가 비우호적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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