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애플컴퓨터는 수요 부족 및 유럽과 일본에서의 판매 위축을 이유로 분기 순익이 주당 8~10센트에 그칠 것으로 예상, 당초 전망치인 주당 11센트를 하향 수정했다. 매출 전망치 역시 14억~14억5000만달러로 이전 목표 16억달러 보다 낮춰 잡았다.
애플의 실적경고는 이달 초 휴렛패커드(HP)의 어두운 전망 이후 확산되고 있던 컴퓨터산업 회복에 대한 의구심의 불길에 기름을 끼얹었다. HP는 PC판매가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기업 정보기술(IT) 투자가 완만하게나마 개선되고 있다는 조짐도 찾을 수 없다고 밝혔었다.
여기에 애플의 실적경고 및 칩메이커 인텔과 어드밴스드마이크로디바이시즈(AMD)의 의 부정적인 전망이 겹치자 컴퓨터산업의 회복은 이미 물 건너갔다는 비관론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것. 드림밸류매니지먼트의 데이빗 드레먼 회장은 "과잉생산 지속으로 설사 PC산업이 다소 회복된다 해도 큰 폭 수익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PC산업의 단기전망은 매우 어둡다"고 말해 이 같은 입장을 대변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PC산업에 대한 비관론은 지나치게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HP와 애플 그리고 인텔, AMD의 문제는 특정기업에 국한된 것이며 산업 전반의 조류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을 펴고 있다.
이 같은 입장의 선두에 서있는 것이 델컴퓨터다. 델의 마이클 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1일 "PC산업의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고 말하고 "우리는 기존의 실적 전망치를 수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델 CEO는 HP나 애플과는 달리 "PC 수요위축의 징후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사업은 잘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IT전문 조사업체 IDC도 최근 올 PC시장의 성장률을 4.7%로 상향 수정해 델의 낙관론을 뒷받침했다. IDC는 특히 북미시장의 수요가 강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HP-애플과 델 중 어느쪽이 컴퓨터산업 전반의 큰 그림을 더 적절하게 보여주는가 하는 데 있다.
살로먼스미스바니의 분석가인 리처드 가드너는 이와 관련 애플을 통해 컴퓨터산업의 더블딥을 논의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애플의 일차 수요자가 일반 소비자가 아니라 전문가들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이 신제품 출시를 기다리면서 혹은 단순히 경제에 대한 불안감으로 컴퓨터 구입을 미루고 있는 걸 두고 산업 전체의 전망을 점칠 순 없다는 것.
가드너는 또 PC 유통업체들의 동향을 분석한 결과 "최종 수요가 안정돼가고 있으며 부분적으로 감소했다 하더라도 이는 계절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