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지방 부동산도 차별화…부산 `주춤` 울산·대구 `활짝`

입주 물량 폭탄 현실화된 부산지역 거래 `냉랭`
상승세 탄 대구 울산…당분간 오름세 지속될 듯
  • 등록 2012-06-17 오후 4:48:26

    수정 2012-06-18 오전 8:10:39

[부산=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서울은 침체 지방은 활기.` 올해 초까지도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그렇게 요약됐다. 그러나 최근 지방의 부동산 시장도 분위기가 요동치고 있다. 지역별로 온도차가 심하다.   지난해 지방 집값 상승의 진원지였던 부산은 상승 분위기가 한풀 꺾인 반면 부산의 상승세가 대구·울산 등 주변 지역으로 옮겨붙은 듯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 지난 14일 부산 해운대를 시작으로 대구·울산 등 경남 지역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살펴본 결과 좁은 지역 안에서도 온도차가 크게 느껴졌다.  
▲부산은 지난해 4분기 이후 집값은 보합세를 유지해 상승세가 꺾인 것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부산 주거, 상업지구가 밀집한 서면 전경.


◇입주 물량 폭탄 현실화…부산 강남 해운대 거래 `썰렁`

부산에 사는 김모씨(52)는 지난해 집값 상승률 효과를 톡톡히 봤다. 김 씨가 소유한 부산 사상구의 30평짜리 아파트는 금융위기 이후 무려 82%나 상승하며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평균 9500만원에 팔리던 아파트가 1억8000만원까지 치솟았다. 김 씨는 낡은 그 아파트를 팔고 최근 새 아파트로 갈아탔다.

지난해 부산지역 부동산은 `집값 상승→갈아타기 수요 증가→집값 재상승`의 흐름이 이어지며 열기가 이어졌다. 그러나 올 들어서는 이런 분위기가 크게 꺾였다는 것이 부산 지역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   최근 침체된 경기 탓도 있지만 잇달아 입주물량이 몰리면서 공급과잉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부산의 강남으로 불리는 해운대는 침체 분위기가 도드라졌다.

국토부 2012 주택종합계획을 보면 올해 부산에서는 임대주택 3400가구를 포함, 전체 2만8300가구가 공급된다. 수도권을 제외한 5대 광역시 중 최대 물량이다.

 
▲해운대 마린시티에 들어선 현대 아이파크 전경.
해운대 아이파크와 두산위브더제니스. 해운대 스카이 라인을 바꾼 이 두 아파트들은 지난해 말 3400여 가구가 입주를 시작하자 주변 집값 하락을 부채질했다. 입주 당시에는 분양가 이하의 매물이 쏟아지기도 했다.   해운대 우동 K 중개업소 대표는 “작년에는 서울에서 업자들 통장(청약통장)들고 많이 내려왔다. 지금은 소강상태다. 투자자도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실제 국민은행 전국주택가격동향을 보면 해운대는 올 들어 1.2% 하락, 부산 전체적으로는 보합세다.

한풀 꺾인 해운대 열기와 입주 물량 부담 등 복합적인 요인 탓에 부산의 전반적인 매수세는 작년에 비해 크게 가라앉은 듯했다. 당장 다음 달 말부터 북구 화명동에서는 화명롯데캐슬카이저 5242가구 입주를 시작하는 등 입주 물량 폭탄이 현실화되고 있다.

부산 진구 부전동 M중개업소 김규원 대표는 “인구는 계속해서 감소세인데 입주물량은 앞으로 쏟아진다”며 “최근 청약범위가 확대되면서 청약시장만 과열되고 실제 거래 시장 분위기는 냉랭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대형은 그대로 남아 있다. 중소형, 싼 집 실수요자 위주로만 거래된다”며 “여기서 집값이 더 오르긴 어려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분위기 다른 대구·울산…“집 사는 것 부담 안 돼”

“물론 요즘처럼 경기 안 좋을 때 집 사는 것 부담되지예. 그래도 대구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주변에서 갈아타는 사람 많습니다”

지난 15일 대구시 동구 봉무동에 문을 연 포스코건설의 이시아폴리스4차 모델하우스. 동구 유라동에서 모델하우스를 찾은 김 모(38)씨는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본인이 사는 선수촌 아파트가 지난해 20% 올랐다고 했다. 이 덕분에 집을 갈아타는데 별 부담이 없다는 것.

신사동에서 온 주부 이 모(35)씨는 “전셋값도 매우 비싸 사실 분양가와 큰 차이가 없다”며 “3차는 부모님이 분양받고 4차는 내가 분양받을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동구 지묘동 미래부동산 금은화 대표는 “대구는 부동산 흐름이 조금 느린 편”이라며 “지난해부터 상승세로 전환해 올 들어 지속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국민은행 부동산 통계를 보면 대구 3.3㎡당 매매가는 2010년 1분기 423만원에서 올 2분기 548만원으로 상승했다. 매맷값 대비 전셋값은 72.3%로 5대 광역시 중 광주에 이어 두 번째다. 최근에는 동구가 집값이 저렴하고 생활환경이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매매거래가 활발한 모습이다.

물론 이 같은 분위기는 중소형에 국한돼 철저히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거래가 늘면서 전반적으로 매수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는 것.  

동구 지묘동 신세계 중개업소 한윤남 대표는 “대구 집값이 지난해 많이 올랐고, 올해도 계속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며 “특히 대구는 공급도 부족해 당분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울산은 지난해 불었던 `부산발 부동산 열기`가 그대로 불고 있다. 울산 동구는 올 들어 집값이 11% 올라 전국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울산 혁신도시 개발 진행이 빨라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수요까지 가세하며 매맷값을 올랐다”면서 “울산역 복합환승센터, 울산대교 등 개발 호재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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