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 인허가 지자체 이관, `왜 필요한가` 논란 증폭

지방분권 실무위 이관 결정에 `방통위·SO 반발`
"행정낭비·이중규제·정책혼선" 지적에 "기득권 보호"
국회 통과 쉽지 않을 듯
  • 등록 2009-03-13 오전 10:39:56

    수정 2009-03-13 오전 10:46:41

[이데일리 임종윤기자] 케이블TV방송(SO)에 대한 인허가 업무를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는 문제로 방송업계가 시끄럽다.

최근 대통령 직속 지방분권화촉진위원회 실무위원회가 SO업무의 인허가 업무 등을 지자체로 이관하는 방안을 전격 의결했기 때문이다. 지자체는 이 결정에 대해 환영하고 있지만 케이블업계나 그동안 이 업무를 담당해온 방송통신위원회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방분권촉진위는 오는 6월까지 최종 확정한 뒤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국회로 넘길 예정이다. 하지만 관련 상임위인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반응은 싸늘하다.

◇지방분권촉진위 실무위원회 "지자체로 이관 의결합니다"

지난 6일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는 지방분권촉진위원회 실무위원회(위원장 남성희 대구보건대 총장)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별정통신사업자의 등록에 관한 기능 등 모두 6건의 방송통신위원회 관련 안건이 올라왔다.

이날 회의의 최대관심사는 SO 인허가업무의 지자체 이전. 위원회는 양측의 의견을 10여분간씩 들은 뒤 이들을 내보낸 뒤, 비공개 회의를 거쳐 SO업무의 지자체 이전을 의결했다.

이날 이양이 결정된 SO업무는 ▲SO 인허가 ▲재허가 ▲허가취소 ▲과징금 처분 ▲ 폐업 및 휴업 등의 신고 ▲자료제출 ▲시정명령 ▲청문 ▲과태료 부과 및 징수 ▲과징금 부과 및 징수 등이다.

◇방통위 반대.."일관된 방송정책 불가능해진다"

방통위가 이번 결정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이유는 세가지다.

먼저 SO업계의 상황을 볼 때, 인허가 업무가 지자체로 이양되면 비용과 인력, 시간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SO는 현재 전국 77개 권역에 티브로드 등 8개 MSO를 비롯, 100여개 사업자가 분산돼 서비스를 하고 있고 매 3년마다 방통위로부터 재허가를 받는 구조다.

방통위는 지금은 한 곳(방통위)에서만 재허가 심사를 받아도 되지만 만약 지자체로 이양되면 사업을 하고 있는 지역의 지자체 모두에게서 심사를 받아야한다. 예를들어 티브로드의 경우 전국 5개 지역에서 사업을 하고 있어 5개 지자체로부터 재허가 심사를 받아야한다는 얘기다.

방통위는 또 "일관된 방송정책을 펼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케이블 방송이 유료이기는 해도 공공성을 띤 만큼 일원화된 정책을 펼쳐야할 필요가 있는데, 그게 지방으로 분산되면서 혼란스러워 질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유료방송이 케이블을 비롯 위성방송, IPTV, DMB로 다양화하며 경쟁하는 상황에서 케이블방송만 지자체로 이관될 경우 혼선이 클 것이란 지적이다.

방통위는 이와 함께 의결 절차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13일 "국민과 방송사업자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을 관련 분야 비전문가들이(위원 중 1명만 방송관련 학과 교수) 불과 30여분만에 짧은 토론을 거쳐 결정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강하게 불만을 제기했다.

그는 또 "지자체에서 전문성이 필요한 방송정책 업무를 제대로 볼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케이블 업계 "이중규제 부활..지자체 견제역할 사라진다"

당장 발등의 불이 떨어진 곳은 케이블업계다.

SO인허가 업무의 지자체 이전이 결정되면 한 곳 이상의 지자체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이상 인허가 관련 업무가 폭주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업계 분위기가 가라앉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분권촉진위의 결정은 "불 난 집에 선풍기를 튼 꼴"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케이블협회(회장 길종섭)측은 "MB정부 방송정책의 큰 흐름이 규제완화와 방통융합"이라며 "그런데 이렇게 되면 기존 정부까지 이중규제(방송-방송위, 통신-정통부)해오던 것을 방통위 통합으로 일원화했다가 다시 이중규제(방송 인허가 -지자체, 설비 등 -방통위)를 하는 상황이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SO들이 자체 편성권과 뉴스를 가지고 지자체를 견제하는 역할, 다시말해
쓴 소리를 하는 역할을 해왔는 데 지자체로 권한이 넘어가면 이 기능이 사라질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여기에다 이관되는 업무중 '전송망 적합성 여부 판단' 같은 경우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데 이를 지자체에서 할 수 없다는 게 협회의 주장이다.

협회는 이와관련 지난 11일 지방분권촉진위원회에 SO업무의 지방자치단체 이관에 반대한다는 공식 의견문을 전달했다.

◇지자체 "지역 주민의 편의를 위해..우리도 전문성 있다"

반면 지방자치단체들은 SO업무의 이양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들은 "케이블 방송 사업 초기에 지자체에서 SO업무를 담당했던 적이 있어 완전히 새로운 업무가 아니며, 지역 주민들의 요금이나 프로그램 관련 민원이 많은데도 현재 상황에서는 이를 해결할 권한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방통위나 케이블업계에서 지적하는 전문성이 없다는 데 대해서는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부산광역시 관계자는 "케이블 방송업계가 지속적인 M&A로 MSO화 되면서 중앙으로만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며 "사정이 이렇다보니 SO관련 민원이 들어와도 해당 지자체에서 이를 해결해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케이블방송에서 선정적·폭력적 프로그램을 낮시간에 방송한다던가 전봇대에 지저분하게 늘어져 있는 케이블망 등에 대한 민원들이 들어와도 손 쓸 방법이 없다는 것.

지자체들은 방통위의 몇몇 담당자가 100여개 넘는 지역 SO들을 세세하게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이 업무를 지자체에서 맡게되면 지역 주민들에게 보다 나은 행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통과는 쉽지않을 듯

남성희 실무위원장은 이데일리와의 전화통화에서 SO인허가 업무 지자체 이전 건을 오는 6월까지 최종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그 사이에 실무위원회 더 열어 논의를 충분히 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특히, 반발하고 있는 케이블 사업자들의 경우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 신청하면 실무위원회 회의에서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지방분권촉진위원회에서 논의된 사항은 실무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본회의에서 확정이 되면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관련 부처인 방통위로 넘어간다. 여기서 3개월 정도의 관련 방송법 개정 작업이 진행된 뒤 정부 입법 형태로 국회로 넘어가 관련 상임위인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에 상정된다. 시기적으로 보면 빨라도 올해 4분기나 돼야 국회에서 논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건에 대해 국회쪽의 반응은 싸늘하다. 상당수 의원실에서는 이번 사안을 아예 모르고 있었고 일부 의원실에서는 통과되기 어려울 것이란 입장을 보였다. 이유는 역시 지자체가 해당 업무를 수행할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방통위 관계자도 비슷한 이유로 국회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고 단언했다.

◇부처간 갈등.."행정낭비다" Vs "기득권 내놓지 않으려는 것"

또 다른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중앙부처 업무의 지방 이전 협의 과정에서 정부 부처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방통위측은 "지난 6일 지방분권촉진위 실무위 안건으로 올라왔던 6개중에 별정통신사업자의 등록에 관한 기능 등 2건은 정통부 시절 지방분권위에서 이양 결정이 나서 관련법을 개정해 국회에 제출됐지만 부결이 됐던 사안"이라며 "그걸 왜 또 상정하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이다.

또 무선국 개설허가와 관련된 안건은 작년에 지방분권촉진위에서 조차 부결됐던 사안인데 1년도 안돼 다시 상정됐다고 지적했다. 지방분권 업무를 맡고 있는 행정안전부가 행정낭비를 조장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행안부측은 부결이 됐던 사안이라도 지자체에서 요구하면 다시 올릴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방통위 등 중앙부처가 기득권을 놓치않기 위해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한 대학 언론학과 교수는 "밖에서 볼 때 마치 관련업계나 정부 부처, 지자체 간에 밥 그릇 싸움으로 보인다"며 "논의과정에서 시청자나 국민들의 입장도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있는 것 때문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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