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그러나 중독성 강한 깊은 그 맛

  • 등록 2008-03-13 오전 10:44:33

    수정 2008-03-13 오전 10:44:33

[조선일보 제공] ≫용인 성복동 모내기잔치국수

어느 토요일 오후 2시쯤 그 국숫집을 찾아갔다. 복닥이는 집이라곤 해도 그무렵이면 점심 손님들이 물러갔으려니 싶었다. 그런데 가게 앞에 웬 아주머니가 울상을 하고 서서 차를 가로막는다. "대기 번호가 35번까지 갔다. 도저히 감당이 안 된다. 다음에 와 달라." 손을 내젓다가 아예 합장 사정한다. "서울서 물어물어 찾아왔다"고 버텨봐도 막무가내다.

도대체 어떤 국수길래. 오기가 나서 몇 주 뒤 토요일 다시 갔다. 오후 3시가 넘었으니 괜찮겠지 했더니 웬걸 대기표가 14번이다. 문전축객하던 그 아주머니가 계산대에 선 채로 대기표 나눠주고 번호 불러대느라 바쁜 주인이다. 한 30분 기다려 자리 차지가 왔다. 그때쯤에야 기다리는 줄도 없어졌지만 손님은 4시 넘도록 이어졌다.

국수는 일견 평범하다. 비교적 굵은 중면을 누르스름한 국물에 말아 고명으로 부추와 채 썬 당근을 얹었다. 첫 술 뜨니 뜻밖에 맹숭맹숭하다. 막연히 진한 멸치 맛이겠거니 했던 예상이 빗나갔다. 이것이 "며칠 안 먹으면 못 배기는 중독성"으로 이름난 맛인가. 화학조미료는 안 들어갔고 무를 넣어 오래 끓인 듯한데 밍밍하다.

국물의 진가는 몇 번 더 들이켜고서야 다가왔다. 잡맛 없이 단순하면서도 깊은 맛이다. 다진 김치에 파, 김가루를 얹는 여느 포장마차 국수의 복잡한 맛과 달리 깔끔하고 개운하다. 질리지 않고 먹을수록 당긴다. 중면을 알맞게 삶아 제법 씹는 맛도 있다.

여주인은 멸치 우려낸 국물 맞다고 했다. "멸치 비린맛을 없애려고 무와 양파를 넣어 끓이되 비율이 잘 맞아야 한다"고만 일러준다. 멸치 말고 또하나 들어가는 게 있지만 비법을 더는 말 못하겠단다. 강원도 고성 고향집에서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대로 한다고 했다. 옥호는 옛날 모내기 참으로 내가던 국수처럼 정성을 들였다는 뜻이라고 한다. 2000년 의자 서넛 놓고 시작해 도중에 힘이 부쳐 쉬었다가 2006년 다시 열었다고 한다.

메뉴는 잔치국수(3000원), 다진 열무김치와 오이채 넣고 매콤새큼 무친 비빔국수(4000원)뿐이다. 반찬도 얼갈이김치 딱 하나. 그런데도 가족 손님이 줄을 잇는 토·일요일엔 문 닫는 밤 9시30분까지 쉴 틈이 없다. 평일이 좀 낫긴 해도 점심은 3시까지, 저녁은 6시30분부터 붐빈다. 줄서기 싫거나 퇴근길 가족을 위해 포장해가는 국수도 하루 30~40그릇씩 나간다고 한다. 쉽게 불어버리는 국수를 '테이크아웃' 해간다는 소리는 생전 처음 들어봤다. 연탄난로 놓인 소박한 홀에 4인 식탁 9개 놓은 가게가 뒷편에 20여 대분 주차장을 갖춘 것도 희한하다.

국수 맛은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진한 멸치향을 즐기는 사람에겐 밋밋할 수 있다. 특히 붐비는 시간은 피해야 할듯. '원료값 상승으로 5월 인상 예정'이라는 예고문을 붙여놓았다. 용인 수지구 성복동 46-3. 서울서 가자면 내곡~분당 고속화도로나 경부고속도로 분당톨게이트 거쳐 23번 국도→풍덕천 네거리→수원쪽 1㎞→육교 있는 Y자 오거리→오른쪽 1시 방향 좁은 2차선 도로 300m→두산연구원 네거리 직전 왼쪽. 둘째·네째 월요일 쉰다. (031)896-0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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