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y 아메리카)①미국을 공습하는 외국자본

美 경기후퇴 위기 직면..월가 흑묘백묘式 자금수혈
작년 외국 자본, `바이 아메리카`규모 배로 늘어
80년대 日투자는 국지전..지금은 전방위 `대폭격`
美 제조업 일자리 감소 우려..정치적 압박 고민도
  • 등록 2008-01-29 오전 10:44:03

    수정 2008-01-29 오전 10:50:12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신용위기에 빠진 미국이 자산을 해외에 팔고 있다. 지난 80년대  미국 경제가 휘청할 때 일본이 미국의 록펠러 센터 등 상징적인 부동산들을 대거 매입하던 시기를 연상시킨다. 일본이 미국 자산을 사들이던 것과 비교하면, 지금은 오일달러로 무장한 중동, 중국 등 아시아가 나섰다는 점이 다르다. 또 부동산 자산을 비롯해 금융 자산 등 전방위로 사들이고 있다. 메릴린치, 씨티 등 금융회사의 지분 인수를 통해 월가 중심으로 침투하며 선진 금융노하우를 익히겠다는 의도다. 20여년만에 다시 재개된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의 의미를 총 5회에 걸쳐 진단해 본다 -편집자 주  
 
미국이 팔리고 있다. 그것도 헐값에.  

서브프라임 폭탄이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했던 미국의 자존심을 바닥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주택시장 침체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신용위기로 뭇매를 맞은 미국은 경기후퇴(recession) 불안에 떨고 있는 상황이다.

자체적인 경기 부양책도 꾀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외부 수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에 경제 성장세 둔화에 발맞춰 달러 가치까지 떨어졌고, 자연스럽게 매물로서의 미국에 눈독을 들인 자본 사냥꾼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주식회사`의 상징이랄 수 있는 월가 대형 투자은행들까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빨리 자신들의 편이 되어 쥐만 잡아주었으면 바라고 있는 형편이다.
 
이들은 어떤 전략을 갖고 투자하는 지 잠시 눈을 감은 채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에 손을 벌려 부족한 자본을 떼우고 있다.
 
미국 사들이기에 나서고 있는 건 국부펀드 뿐 만은 아니다. 유럽과 중동 등 전세계 기업들도 미국 투자에 나서고 있다.  

◇외국자본 `바이 아메리카` 가속.. 지난해 전년比 90% 증가

외국 자본들의 미국 사들이기(Buy America)는 이미 지난해 본격적으로 속도를 냈다.  
▲ 해외 자본 대미 직접투자 추이(자료; NYT)

톰슨 파이낸셜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 기업, 공장, 부동산 등 자산을 매입하고 상장 주식을 사들인 규모가 4140억달러로 전년대비 90% 증가했다. 지난 10년 평균보다 배는 늘어난 것이기도 하다.

올들어 이런 움직임은 더 바삐 이뤄지고 있다. 외국 기업들이 최근 두 주간 미국 기업을 사들이겠다고 밝힌 규모만도 226억달러에 달한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달러 가치가 더 떨어지면 이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특히 국부펀드들이 지난해 미국에 투자한 자금은 215억달러에 달한다. 고유가로 배를 불리고 있는 중동 국부펀드, 공격적인 투자처를 찾고 있던 중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부펀드들도 나서고 있다. 조용히 움직였던 한국 국부펀드까지 나섰다. 
  
◇80년대 日의 美투자는 `국지전`..지금은 전방위 대폭격
 
이는 1980년대 호황 국면의 경제를 업고 미국 사들이기에 나섰던 일본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일본 대표 기업 소니가 영화사 컬럼비아 픽처스를 손에 넣었고, 록펠러 센터도 일본 대기업에 팔려 나갔다. 마이클 클레이튼은 이렇게 미국을 사들이는 일본인들을 부정적으로 표현한 소설 `떠오르는 태양`을 썼고, 이것이 영화화하기도 했을 정도. 
  
상황이 좋았던 요 몇 년 새 외국 자본의 미국 사들이기 시도는 자주 실패로 끝났다.  

지난 2005년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는 미 석유회사 유노칼 인수에 나섰지만 국가안보를 이유로 든 미국 정부의 반대에 직면해 실패했다. 
 
이듬해엔 두바이 DP월드가 미 주요 항만운영권을 사들였다가 의회 반대에 부딪쳐 다시 이를 토해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특히 미국 자본주의의 심장부 월街에 집중적으로 외국 자본이 몰리고 있다.
 
막대한 외환보유고에 기반한 중국 국부펀드 중국투자공사(CIC)는 지난해 사모펀드 블랙스톤그룹에 투자했고, 최근엔 모간스탠리 지분 9.9%를 사들였다. 
 
중동 국부펀드의 입질도 활발하다. 서브프라임으로 인한 대대적인 자산 상각 위기에 직면한 씨티그룹은 지난해 말 아부다비투자청(ADIA)에 지분 4.9%를 팔아 75억달러를 조달했고, 지난 15일엔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와 쿠웨이트투자청(KIA)를 비롯, 싱가포르 정부 등으로부터 145억달러를 추가 유치했다.
 
아시아 국부펀드들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메릴린치는 싱가포르 테마섹으로부터 44억달러를 받았고, 오는 3월에도 6억달러를 더 받을 예정이다. 메릴린치는 또 한국투자공사(KIC)와 미즈호 파이낸셜 그룹, KIA 등으로부터 66억달러를 받기로 했다.
▲ 지난해 대미투자 상위 15개국(자료; NYT)

부실채권 문제를 벗고, 이제는 밀려드는 예금으로 자금 사정이 좋은 일본 금융권이 `바이 아메리카` 대열에 합류한 것이 눈길을 끈다.  

기업간 인수합병(M&A)이나 투자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톰슨 파이낸셜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지난해 미국 기업 투자 규모는 104억달러였다. 2000년에 이 규모는 불과 540만달러였다. 외환위기로 중요한 자산을 미국에 팔아야 했던 한국은 10년만에 다시 미국 자산을 사들이는 대열에 합류했다.
 
인도 기업의 미 기업 투자도 크게 늘어 같은 기간 3억6400만달러에서 33억달러까지 급증했다.
 
미국 일부 전문가들은 1980년대 일본의 투자가 단일 주체에 의한 국지적 공습이었다면, 이렇게 최근의 외국 자본 투자는 전방위적인 대폭격이 될 수도 있다면서 우려의 시각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외국자본 공습 더 이어질 듯..美 경제·정치적 고민 깊어져
 
외국 자본의 공습은 당분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손실 규모가 막대한 월가에 앞으로도 자본 유입은 더 이뤄질 전망이다.
 
당장 급한 불은 끄겠지만 미국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외국 자본의 공습에 고민도 키우고 있다.
 
우선 경제 측면에서는 고용 문제가 걸린다. 외국 기업에 M&A될 경우 미국 기업의 생산 기지가 이전하면서 국내 고용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내 외국 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미국인은 500만명이며, 이들은 국내 기업에서 유사한 일을 하고 있는 미국인들에 비해 30% 이상 더 벌고 있다. 이들의 3분의 1 이상은 제조업에 종사중인 만큼 생산 거점 이전에 대한 고민이 깊을 수 밖에 없다. 
 
가뜩이나 지난 2001년 이래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는 참이다.
 
또 국가의 부(富)로 운영되는 만큼 미국에 투자한 국부펀드들이 자국 기업의 이해와 정치적 목적에 따라 움직이게 될 가능성도 미국으로선 걱정되는 부분이다.
 
제프리 E. 가튼 예일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시장자본주의에 반해 국가 자본주의의 성장이라고 불릴 만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미국은 아직 이 끝에 직면해 있지 않다"고 말했다.
 
CNBC에서 활동하고 있는 주식 애널리스트 짐 크레이머는 아시아와 중동 국부펀드의 영향력 확대와 관련, "공산주의자들이나 테러리스트들에게 우리의 은행을 소유해달라고 원하고 있는가"라면서 "상황이 급박하기 때문에 아마도 그런 투자를 택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미국이 닥친 현실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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