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별관에서 열린 이번 기념식의 분위기는 마지막이라고해서 여느 해보다 묵직하지는 않았다.
최동수 조흥은행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맏딸`의 예를 들었다. 예로부터 형제가 많은 집안의 맏딸은 살림을 도맡아, 동생들의 학업과 생계를 위해 많은 희생을 감내하며 뒷바라지를 해야 했다는 것.
최 행장은 "조흥은행을 마지막으로 5대 시중은행이 모두 사라지지만 한국금융의 맏딸로서 시대적 상황을 감수하면서도 사회가 요구하는 책임과 사명을 충실하게 수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표면적으로 조흥이란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만 존속법인은 통합은행에서도 계속된다"며 "섭섭한 마음이 남아있겠지만 지금 모두 털어 버리고 새로운 도전과 새로운 미래에 대한 각오를 다져야 한다"며 직원들을 달랬다.
한편, 109년의 역사를 뒤로한 마지막 행사라는 의미는 직원들에게 작지않은 무게였던 것으로 보였다.
은행원은 여느 기업체와는 달리 창립기념일이라고 휴무를 하지 않는 탓에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는 한 직원은 평소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였다고.
한 지점 직원은 "평소처럼 업무준비를 하며 기념식을 지켜봐서 별 느낌은 없다"면서도 "연차가 높은 선배 직원들의 표정은 평소보다 씁쓸해 보이긴 했다"고 전했다.
기분이 우울하기만 할 것 같아서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한 직원은 "결국 문제는 직급조정 아니겠냐"며 "큰 갈등없이 앞으로 잘 풀리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