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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은 이날 마크롱 대통령이 미셸 바르니에 총리가 제출한 38명의 내각 명단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앙상블과 공화당 인사들이 주요 장관직을 나눠 가지면서 거센 저항에 부딪혔다.
지난 7월 치러진 프랑스 조기 총선에서 좌파 연합인 신민중전선(NFP), 집권 여당인 앙상블,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RN)이 세자리수 의석을 확보하며 각각 1~3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모두 과반 의석은 확보하지 못했다. 어느 정당도 총리를 배출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4위인 공화당과 손을 잡고 동거 정부를 꾸렸으며, 지난 5일 이 정당의 바르니에 전 브렉시트 수석협상대표를 새 총리에 앉혔다. 동거 정부란 대통령과 총리의 소속 정당이 다른 경우로, 이번이 1958년 제5공화국 체제 수립 이후 네 번째 동거 정부다.
바르니에 총리 임명 당시에도 1위 정당인 좌파 진영의 반발이 컸는데, 내각도 주요 장관직을 두 정당이 나눠 가지면서 비난이 더욱 거세졌다. 실제 NFP 인사는 단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좌파 진영은 선거 결과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즉 국민의 뜻에 반하는 내각 구성이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좌파 연합을 대표하는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는 바르니에 총리 임명 이후 전국에서 반대 시위를 주도하고 있으며, 의회에서는 그의 불신임 투표도 추진하고 있다. 이날도 반대 시위가 이어졌다. 불심임 투표에선 RN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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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은 관심이 쏠렸던 재무장관에는 앙상블의 정치 신예 앙투안 아르망(33)이 임명됐는데, 이 역시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아르망 장관은 예산장관으로 임명된 또다른 신예 로랑 생마르탱(39)과 다음달 1일까지 내년 예산안을 마련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결국 마크롱 대통령의 경제 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르망 신임 장관은 마크롱 대통령이 나온 국립행정학교(ENA)를 졸업하고 2017년 마크롱의 대선 캠페인을 지원했던 인물이다.
이민정책과 경찰·안보를 총괄 감독하는 내무장관에는 공화당의 브뤼노 르타이오 상원 원내대표가 이름을 올렸다. 그는 이민정책에 대해 강경파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외무장관에는 중도 성향으로 유럽연합(EU)에서 외교 경험을 쌓은 베테랑 장 노엘 바로가 임명됐다. 세바스티앵 레코르뉘 현 국방장관은 유임됐다.
FT는 “전통적으로 대통령이 총리보다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부처에 앙상블 인사들이 포진했다”며 “이번 내각은 마크롱 대통령의 재임기간 중 그 어느때보다 독립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NFP뿐 아니라 RN의 견제도 극심할 것으로 관측됨에 따라 마크롱 정부의 정책 추진력은 대폭 약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례로 당장 진행해야 하는 예산 회담에서 좌파 진영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