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를 다니다 보면 이복현 금감원장의 총선 출마설을 종종 듣습니다. 이 원장이 내년 4월10일에 치러지는 22대 총선에 출마할 것이란 관측입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출마하려는 공직자는 선거일 120일 전에 사퇴해야 합니다. 이 원장이 3년 임기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연내에 중도 사퇴할 경우, 금융감독 행정에도 영향이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현재 금감원 내부의 분위기는 전혀 다릅니다. 이 원장은 좌고우면 없이 업무에만 충실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이 원장은 작년 6월7일 첫 검찰 출신 금감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정치적 구설수에 오른 적이 없습니다. 총선 출마설 같은 정치적인 해석에도 일체 거리를 두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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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이 원장은 “이런 일을 함께 해보자”며 업무 의욕이 크다고 합니다. 적극적이고 성실한 이 원장의 개인 성향도 있지만, 경제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것도 영향이 있습니다. 새해 들어 야근하는 금감원 직원들이 부쩍 늘어난 상황입니다. 최악의 경제 파국 상황이 오지는 않더라도,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할 각종 리스크 요인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정부 지원으로 둔촌주공발(發) 리스크가 위기를 넘겼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는 여전합니다. 0%대 성장률 우려, 고용 한파, 물가 부담, 기업공개(IPO) 잇단 철회 등으로 올해 경제가 녹록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한탕 노리려는 ‘빌런(악당)’은 늘고 있습니다. 선제적 리스크 대비 없이는 시장 교란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새해 들어 금감원이 사모 전환사채(CB)와 관련해 칼을 빼든 것도 이같은 배경을 고려한 것입니다. 2020~2022년 사모 CB 발행 규모는 23조2000억원에 달했습니다. 이렇게 규모가 늘자 CB 인수 후 시세 조종,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주가를 띄우고 이익을 챙기는 불공정거래가 잇따랐습니다. 현재 금감원이 조사 중인 CB 관련 중대 사건만 14건에 달합니다.
이 원장은 새해 들어 사모펀드(PEF) 운용사 CEO,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 CEO,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뱅크) CEO 등과 잇따라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그는 “실물경기가 위축될 경우 한계 차주를 중심으로 상환 여력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위험 요인을 선제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긴축 스케줄이 끝나가고 고환율·고물가 숨통이 트이겠지만, 섣부른 샴페인을 터뜨려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입니다. 실적 둔화→신용등급 강등→회사채 채무불이행(디폴트)→구조조정 확대 악순환 우려도 여전합니다. 이런 민감한 상황에서 총선 등 정치 일정보다 경제가 우선입니다. 기업에 책임경영을 주문하기 앞서 ‘워치독(watchdog)’ 금융감독 당국부터 초심을 잃지 않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