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운송거부 11일째…"국내 정유·철강 등 3조 규모 출하 차질"

석유화학, 출하 차질액 1조 넘어…일부 업체 감산 고려
철강도 절반 출하 그쳐…제철소 도로에 제품 쌓고 있어
도심에선 ‘기름 동난 주유소’ 늘어…전국에 74곳 이르러
“절대 타협 없다” 정부, 추가 업무개시명령 발동 가시화
  • 등록 2022-12-04 오후 4:06:05

    수정 2022-12-04 오후 8:58:32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확대 등을 요구하며 집단 운송거부에 나선 지 11일째에 접어들면서 산업계 피해도 눈덩이 불어나듯 늘어나고 있다. 특히 피해가 심한 정유·철강·석유화학 부문에서만 3조원에 달하는 출하 차질액이 발생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국내 산업계 피해액이 수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화물연대 파업 9일째인 지난 2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한송유관공사 서울지사 앞에 파업 중인 유조차가 주차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석유화학 출하 차질액 1조 넘어…‘품절 주유소’는 74곳

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3일까지 화물연대가 집단 운송거부에 나선 열흘간 발생한 석유화학 업계의 누적 출하 차질 물량 규모는 약 7만1000톤(t)으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1조17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물량 출하를 위한 컨테이너 운송 인력 확보와 운반 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평소와 비교해 제품을 21%밖에 출하하지 못한 탓이다.

특히 업계에선 매일 반드시 입·출하해야 하는 필수 제품 운송에 차질이 생기거나 사태 장기화로 공장 또는 야적 공간 내 적재 공간이 부족해지면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평중 한국석유화학협회 연구조사본부장은 “출하가 전면 중단된 대산·울산 석유화학단지 내 일부 업체는 감산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석유화학 업체들이 업황이 좋지 않아 공장 가동률을 최저 수준으로 두고 있는 점이 문제다. 일부 공장은 가동률을 더 내리면 안전 문제가 발생해 아예 생산을 중단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을 한 번 멈추면 다시 제대로 가동하는 데까진 2주가량 걸리는 만큼 업계에선 공장 가동이 중단된다면 하루 최소 1238억원의 피해를 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화물연대 총파업 장기화로 유류제품의 운송이 막히면서 전국에서 품절 주유소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4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 품절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철강과 정유 부문의 피해도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철강 업계의 출하 차질 규모는 지난 1일 기준 1조1000억원으로 파악됐다. 이중 포스코·현대제철 등 5개 철강사의 출하 차질액은 8700억원으로 추산됐는데, 이는 지난달 30일 이후 하루 사이 1400억원가량 늘어난 금액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업계 전체의 출하 차질 규모는 4일 현재 1조5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철강 업계는 육로와 해상운송을 동원해 평소의 절반가량 제품을 출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기업은 부원료 반입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철강업체들은 운송거부 장기화로 철강재 적재 공간이 부족해지면 제철소 내 도로에 철강재를 쌓는 것은 물론 아예 생산 자체를 줄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도심에선 휘발유 등 석유제품이 동나는, 이른바 ‘품절 주유소’도 속출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전국의 품절 주유소는 총 74개소에 이른다. 품절 주유소는 지난 1일 49곳, 2일 60곳에서 점차 늘어나고 있다. 또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서 충북, 충남, 강원 등 비수도권으로 품절 주유소가 확산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산업부가 군용 탱크로리 등 대체 운송 수단을 투입해 비상 수송체계를 가동하고 있지만, 대부분 주유소 내 저장공간이 최대 2주 분량이어서 운송거부 사태가 2주를 넘어서면 품절 주유소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품절 주유소가 늘어날수록 택시·배달차 등 생계형 운전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1일 오후 인천시 중구 삼표시멘트 인천사업소 내 저장탱크 차량 입구로 한 화물차량이 진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멘트·항만은 정상화 분위기…정부, 추가 업무개시명령 검토

정부가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시멘트 업계는 점차 정상화하는 분위기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전날 운송된 시멘트는 8만4000t으로 평년 토요일 운송량 대비 80% 수준을 회복했다.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791명의 차주 중 175명이 업무에 복귀한 데다 정부가 시멘트 수송용 차량 412대에 과적 차량 임시 통행을 허가했기 때문이다.

또 컨테이너 반출입량 역시 점차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이날 오전 10시 기준 전국 12개 주요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을 집계한 결과 전주 일요일 반출입량의 159% 수준인 1만2082TEU(1TEU는 6m여 길이 컨테이너 1개)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 10월 평시 수준(3만6824TEU)과 비교하면 33% 수준에 그친다.

정부는 시멘트 업계에 이어 철강·정유 등 피해가 커지는 다른 업계에도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검토하고 있다. 또 한국무역협회·한국석유화학협회·한국철강협회·한국자동차산업협회·자동차공업협동조합 등 주요 경제단체와 업종별 협·단체는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 사태로 피해를 본 중소화주의 손해배상 소송을 대행하는 등의 지원책을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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