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송환법 반대 이어진다…'평화시위'에 집중

지난 1일 입법회 의사당 점거 이후 첫 주말시위
2000여명 참석…웨스트카오룽 고속철역까지 행진
中 관광객 많은 곳으로 장소 선택…"실상 홍보"에 초점
  • 등록 2019-07-07 오후 5:27:22

    수정 2019-07-07 오후 5:27:22

[베이징=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홍콩 시민단체들이 7일에도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시위는 지난 1일 강경 시위대의 입법회 의사당 점거 이후 첫 주말 집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밍바오 등에 따르면 시위대는 이날 7일 오후 3시 30분 카오룽(九龍) 반도에 있는 침사추이 쇼핑가 인근에서 출발해 웨스트 카오룽 고속철 역까지 행진했다. 참석 인원은 약 2000명 수준이다.

주최 측은 이미 지난 주 일부 시위대의 입법회 점거 이후 여론 악화를 의식한 듯 ‘평화적이고 합리적인’ 시위를 하겠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에서 자원봉사 행사요원 40명을 배치해 질서와 안전을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시위의 장소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이번 행진 목적지인 웨스트 카오룽 고속철역은 중국 본토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곳이다. 이 곳에서 범죄인 인도법안 반대 행진이 이뤄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제까지 시위는 보통 입법회나 정부청사가 있는 홍콩 섬에서 이뤄졌다.

이번 장소 이동은 중국 관영매체들이 지난 1일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안 반대 시위 중 벌어진 입법회 점거 사태를 ‘폭도’로 묘사하는 일이 빈번해지자 중국 본토인들에게 홍콩 시위의 실상을 알리고 홍보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게다가 웨스트 카오룽 고속철역은 선전 등 중국 본토 44개 도시로부터 오는 열차가 많이 홍콩 기본법이 아닌 중국 본토의 법률이 적용되는 곳이기도 하다. 다만 한 시민단체 인사는 집회의 목적이 고속철 역에 진입하거나 중국 본토 당국이 담당하는 구역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홍콩 지하철 당국은 이날 시위 참가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중국 본토와 홍콩을 오가는 열차표 현장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또 지하철 역사 출구와 입구 하나씩만 열어둔 채, 나머지 문은 폐쇄한 상태다.

홍콩 경찰도 이날 1000명의 경찰을 대기시키고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한편 전날 홍콩 툰먼(屯門)공원 인근에서는 시끄럽게 공연하는 중국 가수들에게 항의하는 주민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1800명(경찰 추산)에 이르는 홍콩 주민들은 중국 중년 여가수들이 매일 공원에서 노출이 과도한 옷을 입고 시끄럽게 공연을 한다며 항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홍콩 시민들의 반중(反中) 심리가 표출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홍콩 시민들이 7일 오후 3시30분경(현지시간) 침사추이 쇼핑가를 출발해 웨스트 카오룽 고속철역 인근까지 행진을 하며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AFPB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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