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2012년에는 ‘소비 다운그레이드’와 ‘가치소비’ 현상이 두드러졌다. 소비 다운그레이드로 단순히 객단가 하락이나 판매 위축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오픈마켓에서는 롤티슈나 샴푸-린스겸용 투인원 샴푸 등 업소용 상품을 찾는 수요가 늘었다. 부가기능을 빼고 꼭 필요한 기능만 있는 저가 세탁기나 전기밥솥의 수요가 늘고 있는 것도 소비 다운그레이드 현상에 부합한다.
틈새시장이나 틈새 소비자군의 부상은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그러나 2012년에 주목받은 틈새시장은 상당 부분 경기침체의 부산물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틈새 소비자군인 1인가구의 경우, 불황 여파로 결혼을 포기하거나 취업준비나 가족해체로 인한 홀로살이 가구 증가가 소비에 영향을 미쳤다. 작년에 인기를 끈 소포장 먹거리, 공간효율가구, 다기능 전자제품 등 1인가구를 겨냥한 상품을 개발하는 것 외에도 올해 유통업체들은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신개념 서비스를 선보여야 할 것이다. 틈새시장 발굴은 유통업체에게 항상 숙제가 되어 왔다. 경기침체에 사업 운영 비용절감을 위해 온라인 쇼핑에 뛰어드는 자영업자(B2B) 구매자, 장년층 이상 실버 구매자들의 수요도 면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이 촉발시킨 ‘온-오프라인 유통융합’은 예외 없이 모든 유통업체들이 주목해야 하는 트렌드가 됐다. 백화점이나 할인점에 스마트폰을 들고 가서 가격비교한 후 더 저렴한 다른 매장에서 사는 쇼루밍(showrooming)은 영미권에서는 이미 매장방문고객 중 절반 이상이 시도해 봤다고 설문에 답변할 정도다. 스마트폰 덕분에 예전에는 극명하게 분리되어 있던 온-오프라인 유통 고객구분이 점점 모호해졌다. 경계가 모호해질수록 각 업체별로 위협과 기회는 동시에 늘어난다. 최근에는 온라인몰 가격비교뿐 아니라 고객의 위치에서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의 할인전단정보를 검색해 비교할 수 있는 ‘탈플랫폼’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작년 연말 대학교수들이 뽑은 희망의 사자성어로 ‘낡은 것을 제거하고 새로운 것을 포진한다’는 뜻의 제구포신(除舊布新)이 선정됐다. 혜성을 불길한 징조로 보는 관행을 버리고 백성의 마음을 살피고 오히려 변혁의 계기로 삼았다는 일화에서 따 온 말이다. 2012년, 유통업계 전반에 깊이 드리워졌던 경기침체(DOWN)의 그늘을 돌아보고, 고객의 마음을 헤아려 2013년 새로운 상승(UP)을 준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