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부양이나 책임경영 차원에서 대주주나 고위경영진이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일반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우리사주 매입운동을 펼치는 경우는 많다. 하지만 회사의 임원 전체가 의무적으로 한꺼번에 대량의 자사주를 매입키로 결정한 것은 보기드문 일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우여곡절을 겪어왔던 대우건설은 산업은행 사모투자펀드(PEF)로 대주주 변경을 앞두고 재도약을 다지는 측면에서 임원들이 단체로 앞장서 자사주 매입을 통한 애사심을 표현키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대우건설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주식매수청권이 행사된 주식 93만4313주를 인수해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를 임원 120명이 사들이기로 했다.
대우건설은 자사주를 시장에서 처분할 수도 있었지만 그럴 경우 물량부담으로 주가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 특히 산업은행으로 대주주 변경 등 지배구조 변화와 맞물려 대우건설은 앞으로 주가부양이 절실한 상황이다.
자사주 처분기간은 지난 10일부터 오는 11월8일까지 2개여월간이다. 자사주를 처분키로 이사회에서 결정한 지난 8일 대우건설 종가 1만50원으로 계산하면 임원 120명이 사야할 총 주식가격은 93억9000만원에 달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임원들이 솔선수범해 고객, 주주, 직원들에게 책임경영에 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자사주 매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주가수준을 볼때 대우건설 임원들은 1인당 7000만~8000만원의 자사주가 배정될 것으로 보인다. 취득자금은 임원 개인별로 여유자금을 활용하거나 대출알선을 통해 이뤄지게 된다.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은 다른 임원들과 비슷한 수량의 자사주를 취득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 임원들이 자사주를 취득키로 결정한 지난 8일부터 29일까지 주가는 1만50원에서 1만900원을 형성하며 횡보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시장가격으로 사는 것이고, 외환위기 이후에는 우리사주를 매입해서 크게 손해본 직원들도 없다"면서 "건설경기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향후 회사에 대한 가치와 주가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에 대해 임원들 대부분이 수긍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