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성을 앞세워 대중의 눈길을 잡으려는 여성 그룹들의 행태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멤버들 중 상당수가 미성년자라는 사실이 주변을 더욱 안쓰럽게 하고 있다. 사회에서 아직 독자적 판단을 하기에 부족하다고 받아들여지는 어린 아이들이 성적인 시각으로 소비되는 '상품'으로 조련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이들 중 일부는 성적 매력을 앞세워 자신의 연예계 생활을 돌봐줄 사람, 즉 '스폰서'를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2008년 말부터 중장년 남성들이 소녀 그룹의 적극적인 팬층을 형성하면서 선정성 경쟁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지마켓에 따르면, 작년 12월 열린 소녀시대의 콘서트에서 30대 이상의 티켓 구매율은 29%로 10대(35%)와 20대(36%) 못지않았다. 남녀 비율은 각각 70%와 30%였다. 최근 인터넷 만화가 윤서인씨가 소녀시대를 성적으로 희화화한 만화를 올려 논란 끝에 사과를 했던 사태는 국내 중장년 남성들 사이에 소녀 그룹이 어떤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윤씨는 당시 "소녀시대의 노래를 항상 듣는 것은 물론 리패키징 CD까지 싹 구입할 정도로 열혈 팬"이라며 "제가 부족하고 서툰 탓에 만화가 불쾌하게 보인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본지가 현재 활동 중인 18개 소녀그룹의 멤버들 생년월일을 확인해본 결과 미성년자 숫자는 29명. 멤버들을 모두 합친 숫자가 85명이니 34%가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진짜 '소녀'들인 셈이다. 그중 최근 활발하게 대중을 만나고 있는 '포미닛'은 5명 멤버 전부가 미성년자다. 최근 솔로곡 '체인지'의 뮤직비디오에서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고 관능적인 골반 춤을 추며 인기를 얻고 있는 이 팀의 리더 현아는 92년생. 이 뮤직비디오는 KBS로부터 '19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았다. 이 밖에도 f(X)는 5명 중 4명, 카라는 5명 중 3명이 미성년자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3~4년 전 일본 대중문화의 영향을 받아 소녀 그룹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을 때 결국 이렇게 성적 코드를 강조하는 쪽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예측하고 있었다"며 "부모의 관리 감독도 없이 기획사의 전략과 판단에 의해 미성년자들이 성적인 상품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사회적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NHK 기무라 요이치로 서울 PD 특파원은 "요즘 전반적인 상황을 보면 한국의 소녀 그룹들이 일본의 비슷한 그룹들보다 더 과감한 성적 표현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그간 일본에서도 이런 상황을 두고 성 상품화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