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엔 실존 인물의 삶을 그린 중화권 영화 2편이 나란히 개봉합니다. 첸카이거 감독의 <매란방>과 전쯔단(甄子丹)이 주연한 <엽문>입니다.
혹시라도 첸카이거 감독의 최근 작품을 챙겨보셨다면, <매란방>에도 그리 큰 기대를 걸지 않으실 겁니다. <매란방>이 실존 경극배우의 삶을 그린 영화라곤 하지만, 첸카이거에겐 이미 <패왕별희> 시절의 영감과 장악력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리밍(黎明), 장쯔이 두 배우의 노력도 빛을 보지 못합니다.
영화적 재미로만 보면 <엽문>이 몇 수 위입니다. <엽문>은 영춘권의 고수이자 훗날 리샤오룽(李小龍)의 스승으로도 유명해진 엽문의 삶을 그립니다. 청룽(成龍), 리롄제(李漣杰)가 노쇠한 몸으로 할리우드에 건너간 사이, 전쯔단은 중화권 무협영화 최고수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속도감과 타격감이 모두 일품인, 오랜만에 나온 근사한 무협영화입니다.
<매란방>도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관객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매란방이 어떤 인물인지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영화 속의 매란방은 마치 당대의 대중이 배우에게 요구하는 모든 이상을 한 몸에 구현한 인물처럼 그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전 ‘무결점 인간’이라는 이 영화들의 설정이 못내 마음에 걸렸습니다. 세상에 결점 없는 인간이란 없습니다. 삶을 배우며 행동을 따르고 싶은 위대한 인물은 교회나 절에서 만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극장은 우리와 비슷한 사람이 진흙탕 속에서 뒹구는 모습을 구경하는 곳이지, 신에게 경배하는 장소가 아닙니다. <성난 황소>, <에비에이터> 같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실화 영화가 관객을 감동시키는 이유는, 인물의 업적뿐 아니라 그림자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모두 불완전합니다. ‘이렇게 못난 것이 인간인가’라는 광경을 볼 때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결점을 이겨내려 애쓰는 것 또한 인간입니다. 예수 역시 자신에게 부여된 인류 구원의 책무를 피하기 위해 고뇌했고, 십자가에서 죽어가며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바로 그러한 인간적인 이유 때문에 예수는 더욱 위대해 보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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