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 이후, 스키·스노보드 인구가 계속 줄고 있다는 이웃나라 일본의 스키장 사정은 어떨까? 10~20분씩 리프트 앞에서 길게 늘어서 '참을 인(忍)'자를 가슴에 새겨가며 스키를 탔던 사람들에게, 일본 원정은 '포한'을 풀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스키장'이라는 일본 돗토리(鳥取)현의 다이센(大山) 국제 스키장을 직접 찾아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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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키장에서는 통쾌한 질주
인천공항 비행기 출발 시간을 기준으로 요나코(米子) 공항을 거쳐 셔틀버스를 타고 다이센 국제 스키장까지 오는 데 2시간30분. 소요 시간은 큰 부담이 없다. '라이딩(riding)'은 어떨까? 하루는 스노보드, 하루는 스키를 착용하고 초·중·상급자 코스를 두루 오갔다. 우선 흐뭇한 건, 부드럽고 푹신한 눈 상태. 철저하게 자연설 위주로 코스를 관리하기 때문. 이 스키장 관계자는 "스키장 최정상에 제설기가 한 대 있기는 하지만 거의 쓰지 않는다"며 "작년에도 눈이 충분히 올 때까지 기다려 12월 31일이 돼서야 개장했다"고 말했다. 제설기에서 만들어진 눈은 쉽게 얼어붙어 '설원'을 '빙판'으로 만들기도 한다. 한국에서 온 전문 스키어 양연진씨는 "눈이 '파우더'처럼 푸근해 넘어져도 아무렇지 않다"며 "일본 북부 지방 유명 스키장과 달리 눈의 비중이 너무 가볍지도 않아 입자가 많이 흩날리지 않는다"고 했다.
이 스키장 오오타 마사오 영업계장은 "1996~7년 시즌만 해도 겨울 한 철 입장객 수가 42만여 명이었는데 요즘은 그 절반인 25만여 명으로 줄었다"며 "스키나 스노보드에 대한 일본 젊은이들 관심이 줄고 있어 고민"이라고 했다. 숲 사이에 좁게 난, 경사진 오솔길로 스키를 타며 새로운 코스를 찾아 다니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이 넓은 스키장의 모든 코스를 섭렵하기에 하루는 부족하다.
■ 산에서는 아득한 절경
이 스키장의 또 다른 재미는 스노 슈(snow shoe)를 신고 떠나는 설산(雪山) 트레킹. 스키장 측에 신청하면 스노 슈를 빌려 신고 눈 덮인 산을 산책할 수 있다. 리프트를 타고 상급자 코스 최정상에 내린 뒤 숲 속으로 들어가면, 잔 나뭇가지 하나하나에도 눈이 곱게 내려앉아 완벽하게 순백색으로 뒤덮인 별천지를 만나게 된다. 스노 슈는 알루미늄 재질에 평평하고 보통 신발보다 4~5배쯤 크다. 40여 분만 산 위로 올라가면 스키장에서 보는 것보다 더 놀라운 전경이 펼쳐진다. 내려오는 길에는 눈 덮인 산에서 스키나 스노보드를 즐길 수도 있다. 물론 위험한 모험이기 때문에 '상급자 중 상급자'의 몫이다. 그리고 반드시 가이드의 안내가 있어야 한다. 문의 스노우라이프 (02)973-2799, 다이센 스키장 홈페이지 www.daisen.jp/s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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