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간호 싫어'...80대 친모 살해한 조현병 아들

[이데일리 이준혁 기자] 시각장애를 앓으며 암 투병 중인 80대 친모를 돌보기 싫다는 이유로 폭행해 숨지게 한 아들이 징역 10년을 확정받았다.

(사진=게티이미지)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3월 침대에 누워있던 87세 모친을 밤새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시각장애인 1급에 유방암 투병 중이던 친모의 병간호를 다른 가족들의 도움 없이 홀로 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불만이 범행 동기였다.

A씨는 체포 후 “아무도 돌봐주는 사람이 없어 힘들었다”며 “매일이 지옥 같았다. 더이상 버틸 수가 없어 주먹으로 엄마를 천국에 보내드렸다”고 말했다.

A씨는 2013년 조현병 진단을 받고 2022년까지 통원 치료를 받다가 사건 발생 약 한 달 전부터 약물 복용을 중단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아들에게 살해당한 피해자가 느꼈을 정신적·육체적 고통은 이루 가늠하기 어렵다”면서 “피고인이 조현병을 앓다 증세 악화로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한 점, 피해자와 함께 살며 수발하거나 간병했고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른 점을 참작했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A씨가 자신이 조현병으로 인한 심신상실 상태였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정당하며 형량이 무거워 보이지 않는다”고 기각했다.

대법원도 “피고인의 연령과 성행,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결과, 범행 후 정황 등을 살펴보면 징역 10년이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판결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