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근자감' 기자회견 이후"...탁현민, 尹 도어스테핑 중단 겨냥

  • 등록 2022-11-22 오전 10:05:30

    수정 2022-11-22 오전 10:05:30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 장소에 ‘가벽’ 설치와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의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 기자회견을 떠올렸다.

탁 전 비서관은 지난 21일 오후 페이스북에 “2019년 1월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열렸다”고 운을 뗐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기자회견은 미리 짜여진 각본도, 질문권이 누구에게 갈지도 정해지지 않아 ‘각본 없는 기자회견’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면서 “이 자리에서 당시 경기방송의 어느 기자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과 관련해, ‘대통령의 그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 단도직입적으로 여쭙겠다’고 질문했다”고 했다.

이어 “빈정거리는듯한 기자의 태도, 생방송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에게 추상적인, ‘인상비평’을 질문한 것을 두고 당시 여권에서는 예의 없다는 비판이 일었고, 일부 언론에서도 부적절한 질문이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물론 야권에서는 그 질문이 ‘기자다운 기개’를 보여주었다는 칭찬도 있었다. (그 기자가 이후 국민의 힘 대변인이 되었다는 소식은 이번에 알게 되었다. 오!)”라고 덧붙였다.

2019년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질문하는 김예령 당시 경기방송 기자(왼쪽)와 문재인 대통령 (사진=JTBC 방송 캡처)
탁 전 비서관은 “나는 지금도 그 기자의 질문이 ‘예의와 기개’ 어느 편에 더 가까웠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다만 당시 손석희 JTBC 앵커는 이 논란을 두고 ‘기자의 질문은 (문재인 정부가) 권위주의 정부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장면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논평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당시 여러 논평 중 하나는 기자회견에서 기자가 갖추어야 할 태도는 ‘예의’를 지키는 것보다는 당당하게 질문하고 따져 묻는 것이라는 말도 있었는데 (나는) 못마땅했지만 이 의견에는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기자회견 이후, 문 대통령은 어떤 언급도 없었다”며 “청와대도 그것을 이유로 앞으로 기자회견을 하지 말자거나, 그 기자가 예의가 없으니 제재해야 한다거나, 그 때문에 그 언론사의 취재를 제한한다거나 하지 않았다. 아마 그런 제재가 가능하다고 생각해 보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탁 전 비서관은 “말 많던 출근길 문답의 종언을 보며 생각한다. 과연 기자의 예의와 대통령의 책임 있는 답변 중 무엇이 중요한가? 출입기자의 허술한 복장과 반말이 다반사인 대통령의 무례 중 무엇이 더 문제인 것인가? 질문의 올바름보다 질문한 사람의 태도를 문제 삼는 것은 또한 온당한가?”라고 의문을 나타냈다.

또 “어쨌거나 허무한 종언”이라며 “윤석열 대통령 문답의 마지막에 등장한 ‘가벽’은 그래서 더욱 상징적”이라며 글을 맺었다.

탁 전 비서관이 언급한 신년 기자회견에서 당시 김예령 경기방송 기자는 소속과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기자회견문에서 ‘개천에서 용이 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으나 현실 경제는 얼어붙어 있다”며 “그럼에도 대통령이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고 그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그 근거는 무엇인지 단도직입적으로 여쭙겠다”라고 물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왜 필요한지, 양극화·불평등 구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기자회견문 30분 내내 말씀드렸기 때문에 새로운 답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다”고 답했다.

김 전 기자는 지난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국민의힘 대변인, 4·7 재보선에선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캠프 대변인을 지냈다.

그는 지난해 9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근자감’ 질문 논란에 대해 “사실 원래 준비한 질문은 다른 질문이었다”며 “문 대통령이 기자들과 질의응답 전 모두 발언에서 통계수치를 들면서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질문을 바꿨다. 즉흥적인 질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서였다. 당시에도 경제는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며 “질문하는 도중에 파장이 있을 것이라고 느꼈다. 문 대통령 얼굴을 보며 질문을 하는데 표정이 달라졌고, 앞에 앉아 있던 기자들이 뒤를 돌아봤다. 그 자리엔 조국 당시 민정수석을 비롯해 각료들도 있었는데 웅성웅성하더라”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 전 대변인은 “그 질문에 대해 후회는 없다. 내 입장에선 정중하게 한 질문”이라면서도 “사실 기자가 정중하고 그런 게 어딨나, 사안이 심각한데. 추가 질문을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나중에 들었다. 시간 제약도 있고, 다른 기자들도 질문을 해야 하니 배려하는 문화가 있어서 추가 질문을 하기 어려운 분위기도 있지만 더 용기를 내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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