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국가로부터 차별을 받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의 현주소다. B씨와 같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가 최소 370만 명이 넘는 가운데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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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아름다운 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한 ‘5인 미만 갑질 보고서’를 통해 작년 9월부터 지난 8월까지 접수된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건(71건) 중 ‘직장 내 괴롭힘’이 43.7%(31건)로 가장 많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임금’ 42.3%(30건), ‘징계해고’ 35.2%(25건) 순이었다.
문제는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5인 미만 사업장은 직장 내 괴롭힘과 징계해고는 적용범위에 포함되지 않으며, 임금도 휴업수당과 각종 가산수당 적용도 되지 않는다.
실제 현행법상 5인 미만 사업장은 ‘사장 마음대로’ 해고해도 된다. 직장갑질119는 “30일 전에 해고를 예고하지 않아도 1개월 치 월급만 주면 되고, 해고를 서면으로 통지할 의무도 없다”며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고 해도 되고, 퇴근 후 문자로 통보해도 그만이라 5인 미만 사업장은 당일 해고 통보가 일상처럼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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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119는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7조에서 상시 4인 이하의 사업장에 적용되는 법 규정의 범위 내에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을 적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그 결과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당해도 신고할 수 있는 창구조차 없다”고 꼬집었다. 오는 14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개정돼 사용자와 친인척일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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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휴가도 5인 미만 사업장에는 ‘그림의 떡’이다.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사용자는 노동자에게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른 공휴일과 대체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해야 한다. 작년 상시 300명 이상의 노동자가 일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을 시작으로 올해는 30명 이상 사업장, 2022년부터는 5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된다. 직장갑질119는 “온 국민이 대체공휴일로 쉬었던 10월 4일과 11일에 5인 미만 직장인들은 일하러 출근해야 했다”며 “2022년 1년간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보다 13일~15일을 더 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위기가 2년 가까이 지속되는 가운데 5인 미만 사업장은 휴업수당도 받을 수 없다. 근로기준법 제46조에 따르면 경영상의 이유로 휴업하려면 평균임금의 70%를 지급해야 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해당 근로기준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무급휴직을 당하고 있는 것.
직장갑질119는 현행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5인 미만 사업장의 법 사각지대를 해소할 것을 촉구했다.
심준형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국제노동기구는 노동시간, 휴일, 해고 등 모든 조항에서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고, 프랑스, 독일, 미국, 일본 등 해외 노동법은 국내 근로기준법과 같이 노동자 수를 기준으로 획일적으로 노동법의 적용을 배제하는 입법례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며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이유만으로 노동법의 대부분의 조항을 적용하지 않는 근로기준법은 세계적 추세에 반하는 반인권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영세사업장의 조건을 고려하더라도 해고, 직장갑질, 휴일 등 기본적인 인권에 관한 조항은 시급히 근로기준법 시행령을 개정해 전체 노동자에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