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단속반에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적발된 20대 남성 A씨는 오히려 되물었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라”며 오히려 과태료 처분이 부당하다고 큰소리로 따졌다. 그가 지목한 곳에는 3인 이상 모여 취식을 하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모여 있었다. 그들도 곧 단속할 것이라며 행정처분에 협조해달라는 단속반의 요구에도 A씨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구청 직원과 경찰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개천절 연휴인 지난 3일 오후 10시. 서울 도심의 대표 번화가인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에서 때아닌 ‘숨바꼭질’이 벌어졌다. 저 멀리 경광봉을 든 마포구청과 경찰 합동단속반이 다가오자 시민들은 어두운 골목으로 자취를 감췄다. 단속반이 지나가자 이들은 다시 속속 모여들어 끊겼던 이야기를 다시 이어갔다. 이들의 숨바꼭질은 밤새도록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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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부터 마포구청과 경찰은 홍대 일대를 대상으로 특별방역 활동에 나섰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폭증하고 있음에도 방역수칙 위반 사례가 이 일대에서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심야시간대 젊은 층이 밀집하는 대표적인 장소인 홍대 주변은 최근 이태원 상권이 코로나19로 주저앉은 이후 외국인들까지 몰리고 있다.
아수라장의 시작은 오후 10시부터였다. 카페, 식당 등 모든 가게가 셔터를 내리자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헤어지기 아쉬운 마음에 한 손에 술병과 먹을거리를 들고 거리를 배회했다. 일부는 계단에 자리를 잡고 앉아 본격적인 술판을 벌이기도 했다.
구청 직원 2명, 경찰 2명이 한 조로 꾸려진 합동단속반은 홍대놀이터, 홍대클럽거리, 홍대 예술의 거리 등을 돌며 3인 이상 모여 음주를 하는 인원을 대상으로 단속 활동을 벌였다. 단속에 적발돼 과태료 행정처분을 받게 된 대부분은 합동단속반에 거세게 항의했다.
한국에 온 지 1년 남짓 된 미국인 남성 B(31)씨는 “방역 수칙이 변경된지 몰라 당황스럽고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행정처분을 하려고 구청 직원이 신분증을 요구하자 그는 “불공평하다. 왜 다른 사람들은 잡지 않고, 나만 잡느냐. 이것은 인종차별”이라며 격하게 항의했다. 실랑이는 약 15분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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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가 합동단속반과 오후 10시30분부터 1시간가량 홍대 일대를 돈 결과 총 17명이 적발돼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구청 관계자는 “단속을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오늘은 순조로운 편”이라며 “보통 반말로 큰소리치거나 욕하는 사람도 있고, 몸싸움까지 벌어질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권력이 약해지다 보니 행정처분에 응하지 않은 사람이 많아 단속에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고 토로했다.
일부 사람들은 끝까지 시치미를 떼며 단속망을 피해 갔다. 홍대 골목에서 4명이 모여 술을 마시고 있던 20대 남성들은 합동단속반이 행정처분을 하려 하자 “서로 일행이 아니고, 모르는 사람이라 3인 이상 모임 위반이 아니다”며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단속반이 채증한 자료를 내밀어도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날 적발된 고모(24)씨도 “백신도 2차까지 맞았는데, 너무 어이가 없다. 식당은 되고, 야외는 안 되니 방역 수칙이 너무 헷갈린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술자리를 이어나가려는 사람들과 합동단속반의 숨바꼭질은 새벽까지 이어졌다. 사람들은 단속반이 호루라기를 불며 해산할 것을 요구하자 잠시 자리를 뜨는 척하다 다시 앉기를 반복했다. 이날 적발돼 이미 한차례 과태료 처분을 받은 B씨 일행은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간에도 홍대 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서울의 하루 코로나 확진자수는 지난달 24일 1222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찍은 후 검사수가 줄어든 개천절 연휴를 제외하면 연일 1000명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