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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15일 열리는 21대 국회의원 총선거까지 약 1년의 시간이 남은 만큼 야권발(發) 정계개편 윤곽이 뚜렷하게 드러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각 정당의 셈법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만큼 당분간은 상대방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일 것이란 분석이다.
황교안 “헌법 가치 같이 하는 세력 통합”
14일 정치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야권 정계개편의 핵심축은 결국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의석수 100석이 넘는 거대 정당인만큼 바른미래당(29석)이나 민주평화당(14석) 등 다른 야당과는 구심력 면에서 비교 자체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4.3 재보궐 이후 가장 먼저 통합 화두를 던진 것 역시 한국당이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지난 4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하고 “헌법 가치를 같이 하는 모든 정치 세력들이 함께하는 통합을 꿈꾸고 있다”며 “갑자기 그렇게 되기 어렵다면 단계적으로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당 나경원 원내대표 역시 “이번에 경남 창원성산에서 대한애국당 후보가 0.8% 득표를 가져간 게 아쉽다. 그게 저희한테만 왔어도 이길 수 있었다”며 “이제 우파는 통합해야만 다음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당의 잠재적 통합 대상으로 언급되는 상대편은 이런 움직임에 선을 긋는 모양새다.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계 구심점 역할을 하는 유승민 의원은 “2016년에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을 탈당하고 한국당에 대해서 지금까지 똑같은 말을 해왔다”며 “변화와 혁신을 할 의지가 없어 보이고 변한 게 없다”고 일축했다. 애국당도 공식 논평을 내고 “탄핵을 주동했던 사람들과 박근혜 전 대통령을 헌신짝처럼 내쳐버린 홍준표 전 대표 등을 정리하지 않으면 통합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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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당은 4.3 재보궐 결과를 놓고 내홍을 겪고 있는 바른미래당의 손학규 대표를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돌아오는 답은 신통치 않다. 박지원 평화당 의원은 사퇴 및 재신임 압박을 받고 있는 손 대표에게 “평화당으로 들어오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고, 그렇지 않다고 하면 신당을 창당해서 거기서 만나는 것도 좋다”며 “빨리 나와서 집을 새로 짓자”고 촉구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당장 야권 재편에 대한 결론이 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의 공천 룰 세팅이 완료될 때쯤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거대 양당이 공천 작업에 들어가면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들과 당협위원장들이 새로운 모색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20대 총선을 약 4개월 앞둔 2015년 12월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을 탈당한 뒤 2016년 2월 국민의당을 창당한 만큼 총선 직전에야 정계개편 물꼬가 트일 것이란 시각도 있다. 또 집권여당인 민주당 역시 대통령과 당 지지율 하락세가 계속된다면 호남 지역 무소속 의원이나 평화당과 연대를 모색하면서 정계개편 논의에 뛰어들 수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정계개편을 위해서는 일단 의원들이 내년 총선에 대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그 위기의식을 갖는 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돼야 한다”고 내다봤다. 신 교수는 “바른미래당은 올해 말 정도에 한국당과 평화당 양쪽으로 찢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면 정당의 속성상 민주당이 평화당을 끌어안고 갈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