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6월 22일자 36면에 게재됐습니다. |
살리라는 애칭으로 통하는 상갈리안 자토(Sangalian Jato·여)는 글로벌 홈쇼핑 MD가 꿈인 인도네시아 처녀다. 그는 경성대학교 컴퓨터정보학과 졸업반 시절 롯데홈쇼핑이 인도네시아 출신 글로벌 인재를 뽑는다는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해 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직장을 구했다. 앞서 롯데홈쇼핑은 올해 초 동남아 진출을 위한 포석으로 총 2명의 인도네시아 출신 신입사원을 뽑았다. 이 회사는 지난 2월 베트남 시장 진출 소식을 전하면서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등으로의 진출도 적극적으로 타진해 글로벌 홈쇼핑 업체로 도약한다는 방침을 알린 바 있다.
그는 이달부로 홈쇼핑 입사 6개월 차가 됐다. 착한 눈매와 자신감을 띈 얼굴에서는 외국인이란 단어가 낯설게 느껴진다. 모든 것이 신기할 때지만 그의 목표는 분명하다. 다름 아닌 한국의 선진 유통산업을 모국에 알리고 싶다는 것이다.
"한국의 홈쇼핑 MD가 돼 선진화된 유통산업을 배우고자 롯데홈쇼핑에 지원했어요. 인도네시아는 슈퍼마켓이나 마트와 같은 오프라인 유통망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요.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던 도중에 TV를 통해 물건을 파는 홈쇼핑 산업이 잘 발달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러한 산업을 모국에 전하고 싶어 용기를 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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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했던 상품이 성공적으로 론칭되는 것을 보면 성취감이 느껴져요. 기억에 남는 제품은 손예진 립스틱이죠. 잘 팔리기도 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준비했기 때문에 애착이 가요. 게다가 고객들로부터 좋은 상품을 팔아서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면 뿌듯함도 느끼죠."
"점심시간에 서로 찌개를 떠먹는 모습을 보고 놀랐어요. 특별한 술 문화가 없는 인도네시아와 달리 한국만의 술 문화도 신기했고요. 하지만 이제는 익숙해졌기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아요. 얼마 전 엘리베이터에서 잘 모르는 분과 인사를 나눴는데 반갑게 받아주시더라고요. 동료들은 그런 제게 완전 한국사람 다 됐다고 말해요."
한국 드라마는 살리가 한국과 첫 인연을 맺게 해준 고마운 매개체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인도네시아에 방영된 한국 드라마 `풀하우스`와 `커피프린스 1호점`을 보면서 한국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우연히 본 드라마 한 편이 새로운 나라와 인연을 맺게 해주고 천직까지 얻게 해줬으니 이만하면 `운명`이라는 말을 붙여도 이상할 게 없다. 더욱이 지난 4년 동안 좌충우돌하며 살아온 한국생활은 직장인으로 거듭나면서 `한국사랑`으로 깊어졌다.
그녀의 기대와 달리 고국에 있는 가족들은 롯데홈쇼핑으로 입사가 결정된 뒤 기대반, 우려반의 반응을 보였다. 인도네시아도 아닌 한국에서 직장을 가지게 된 점은 기뻐할 일이지만 4년 동안 살아온 부산을 떠나 아는 사람 없는 서울에서 홀로 생활해야 할 막내딸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살리는 글로벌 MD라는 꿈을 내세워 가족들은 안심시켰다. 그리고 이 꿈은 현재도 유효하다.
"앞으로 롯데홈쇼핑의 해외사업 운영에 도움을 주는 글로벌 MD가 되고 싶어요. 또 주변 동료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언제나 노력하는 살리가 될께요. 앞으로 많이 기대해주세요."
◆상갈리안 자토는? 상갈리안 자토는 지난 1989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군인 집안의 1남1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는 인도네시아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친 뒤 한국행을 결심, 지난 2월 부산의 경성대학교 컴퓨터정보학과를 졸업했다. 롯데홈쇼핑에서는 지난 1월1일부터 뷰티팀 색조파트 MD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