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 "TV로 상품 파는 게 신기했어요"

(휴먼)롯데홈쇼핑 외국인 신입공채 1기 살리
"아직은 입사 6개월차 풋내기"
"글로벌 상품기획자 되고파"
  • 등록 2012-06-22 오후 12:00:00

    수정 2012-06-22 오후 12:00:00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6월 22일자 36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최승진 기자] "인도네시아는 온라인으로 쇼핑하는 것을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에요. 그런데 한국에 와서 보니 TV로 물건을 팔더라고요. 물건을 직접보지 않고 어떻게 살 수 있는지, 이런 상품을 취급하는 홈쇼핑이란 업체가 어떤 곳인지 너무 궁금했어요." "안녕하세요 살리입니다." 바다 건너 한국을 찾은 23살의 풋네기 홈쇼핑 MD(상품기획자)는 똘망똘망한 눈망울로 미소를 지으며 손 인사를 건넸다. 대화 도중 느닷없이 울린 전화벨 사이로 "선배님, 인터뷰 중이어서 잠시 후에 연락할께요"라고 말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한국 직장인이다.

살리라는 애칭으로 통하는 상갈리안 자토(Sangalian Jato·여)는 글로벌 홈쇼핑 MD가 꿈인 인도네시아 처녀다. 그는 경성대학교 컴퓨터정보학과 졸업반 시절 롯데홈쇼핑이 인도네시아 출신 글로벌 인재를 뽑는다는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해 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직장을 구했다.   앞서 롯데홈쇼핑은 올해 초 동남아 진출을 위한 포석으로 총 2명의 인도네시아 출신 신입사원을 뽑았다. 이 회사는 지난 2월 베트남 시장 진출 소식을 전하면서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등으로의 진출도 적극적으로 타진해 글로벌 홈쇼핑 업체로 도약한다는 방침을 알린 바 있다.

그는 이달부로 홈쇼핑 입사 6개월 차가 됐다. 착한 눈매와 자신감을 띈 얼굴에서는 외국인이란 단어가 낯설게 느껴진다. 모든 것이 신기할 때지만 그의 목표는 분명하다. 다름 아닌 한국의 선진 유통산업을 모국에 알리고 싶다는 것이다.

"한국의 홈쇼핑 MD가 돼 선진화된 유통산업을 배우고자 롯데홈쇼핑에 지원했어요. 인도네시아는 슈퍼마켓이나 마트와 같은 오프라인 유통망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요.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던 도중에 TV를 통해 물건을 파는 홈쇼핑 산업이 잘 발달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러한 산업을 모국에 전하고 싶어 용기를 냈어요."  
▲ 살리는 입사 6개월 차 홈쇼핑 신입사원이다. 그는 한국의 홈쇼핑 MD가 돼 선진화된 유통산업을 배우기 위해 지원을 했다. (사진=한대욱 기자)
살리는 롯데홈쇼핑 뷰티팀 색조파트에서 근무 중이다. 이곳은 롯데홈쇼핑에서 파운데이션·립스틱·아이섀도우 등 색조화장품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이 팀에서 신상품 론칭을 준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낯선 이국땅에서 그것도 손에 익지 않은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겠다고 했더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준비했던 상품이 성공적으로 론칭되는 것을 보면 성취감이 느껴져요. 기억에 남는 제품은 손예진 립스틱이죠. 잘 팔리기도 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준비했기 때문에 애착이 가요. 게다가 고객들로부터 좋은 상품을 팔아서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면 뿌듯함도 느끼죠."

살리는 한국에서의 직장생활을 `가족같은 분위기`로 묘사했다. 아직은 우리말이 서툴지만 잘 이해하지 못할 때마다 2~3번 반복해서 설명해주는 주변 동료들 덕택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인도네시아와 다른 문화적 차이는 기억에 남을 만한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만들어냈다.

"점심시간에 서로 찌개를 떠먹는 모습을 보고 놀랐어요. 특별한 술 문화가 없는 인도네시아와 달리 한국만의 술 문화도 신기했고요. 하지만 이제는 익숙해졌기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아요. 얼마 전 엘리베이터에서 잘 모르는 분과 인사를 나눴는데 반갑게 받아주시더라고요. 동료들은 그런 제게 완전 한국사람 다 됐다고 말해요."

한국 드라마는 살리가 한국과 첫 인연을 맺게 해준 고마운 매개체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인도네시아에 방영된 한국 드라마 `풀하우스`와 `커피프린스 1호점`을 보면서 한국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우연히 본 드라마 한 편이 새로운 나라와 인연을 맺게 해주고 천직까지 얻게 해줬으니 이만하면 `운명`이라는 말을 붙여도 이상할 게 없다. 더욱이 지난 4년 동안 좌충우돌하며 살아온 한국생활은 직장인으로 거듭나면서 `한국사랑`으로 깊어졌다.

"학창시절에는 한국 드라마 때문에 한국을 좋아하게 됐는데 이제는 한국음식이 입맛에 맛아 못 떠날 것 같아요. 불고기, 삼겹살은 물론 부산에서 생활할 때 맛본 돼지국밥은 이제는 좋아하는 음식 목록 일순위에 꼽히죠."

그녀의 기대와 달리 고국에 있는 가족들은 롯데홈쇼핑으로 입사가 결정된 뒤 기대반, 우려반의 반응을 보였다. 인도네시아도 아닌 한국에서 직장을 가지게 된 점은 기뻐할 일이지만 4년 동안 살아온 부산을 떠나 아는 사람 없는 서울에서 홀로 생활해야 할 막내딸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살리는 글로벌 MD라는 꿈을 내세워 가족들은 안심시켰다. 그리고 이 꿈은 현재도 유효하다.

"앞으로 롯데홈쇼핑의 해외사업 운영에 도움을 주는 글로벌 MD가 되고 싶어요. 또 주변 동료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언제나 노력하는 살리가 될께요. 앞으로 많이 기대해주세요."

상갈리안 자토는? 상갈리안 자토는 지난 1989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군인 집안의 1남1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는 인도네시아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친 뒤 한국행을 결심, 지난 2월 부산의 경성대학교 컴퓨터정보학과를 졸업했다. 롯데홈쇼핑에서는 지난 1월1일부터 뷰티팀 색조파트 MD로 활동하고 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초췌한 얼굴 尹, 구치소행
  • 尹대통령 체포
  • 3중막 뚫었다
  • 김혜수, 방부제 美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