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협상 25시] 美상원, 한미FTA 비준 왜 안 하나?

  • 등록 2011-07-07 오후 12:20:00

    수정 2011-07-07 오후 12:20:00

[이데일리 박상기 칼럼니스트] 한미FTA의 비준이 공화당의 내년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연임을 저지하고, 공화당으로의 정권탈환 전략의 일환으로 재무위원회 회의장 입장 자체를 거부하는 전면적 ‘보이콧‘을 단행, 미 상원의 한미FTA 비준안 심의자체가 무산되어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위원장인 민주당의 맥스 보커스(몬태나)의 말대로 "미 의회는 이제 한국과의 무역협정 비준동의에서 더 멀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가장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측은 바로 우리 정부입니다. 실제 한덕수 주미대사도 이날 심의를 지켜보기 위해 상원 재무위 회의장을 직접 방문했다고 하니 오죽 했겠습니까?

그렇다면, 우리정부가 그토록 오매불망(寤寐不忘)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는 한미FTA 비준을 미 의회가 왜 거부하는 지 한편 살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미 의회는 벌써 몇 년째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한미 FTA 비준을 왜 미루는 걸까?”  “한미 FTA을 바라보는 미 정치권의 시각은 과연 어떤 것일까?” 이 문제를 한번, 미국의 입장 , 특히 한미FTA 비준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 의원들의 입장에서 살펴봤으면 합니다.

한 가지 조심스럽게 점쳐 보는 것은, 미국 의회로선,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한미FTA에 집적적인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의원들 중 몇이나 되는 사람이 한미FTA를 조속히 비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입장인가를 볼 때, 미 의회의 한미FTA 비준은, 우리 정부가 당초 예상했던 7,8월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연내 비준 동의도 그다지 밝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이젠 오히려 설득력을 얻고 있잖습니까?

비준 지연 배경 1. 오바마 정권의 ‘조로현상’과 이미 시작된 ‘대선전쟁’   이유야 어떻든 상황이 어떻던, 오바마 정권의 급격한 ‘조로현상’으로 인해 ‘레임덕’이 이미 시작된 상황에서, 사실상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내심 한미FTA비준을 주도하는 위험부담을 어느 정당도 안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계륵'이며 '뜨거운 감자(Hot Potato)' 신세인 게 한미FTA 비준입니다. 비준 동의한다고 해서 누구도 잘 했다고 칭찬할 거리도 아니고, 비준 안했다고 해서, 난리 피울 이해 집단이나 국민적 관심거리도 아닙니다. 미 의원들 입장으로선 어찌 보면 그냥 가만 내버려 두는 게 상책인 거죠.

비준 지연 배경 2. 재협상으로 문제조항 제거된 한미FTA

게다가 한미FTA협상 관련한 미국측 최대의 거부 조항이자 관심거리였던, 미국산 소고기 수입, 이미 한국 최대 수입국으로 등극한 상황이며 카나다산까지 수입재개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 FTA협상 최대의 치적거리인 '한국산 자동차 수입관세 철폐'조항은 미국 측의 거듭된 재협상으로 이젠 미국 자동차 산업 측에서도 더 이상 문제될 게 없는 수준까지 조정됐습니다.

비준 지연 배경 3. 한미FTA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한마디로, 미국은 한미FTA를 별로 서두를 필요가 없단 것입니다. 오히려 미국 내 정국의 향방에 따라, 아예 내년도 대선 이슈로 부각 활용키 위해 내년까지 지연시킬 지도 모릅니다.   설사, 오바바 대통령이 아무리 하고 싶어 해도(속으로도 그런지 안 그런지 알 수는 없지만), 한미FTA의 실질적인 내용은 제쳐두고 '실패한 국제협상' 그 것도 '한국'이란 소국에 밀렸다는 대중의 정서가 근거 없이 팽배한 상황에서, 미국의 정치인들이 굳이 자신에게 상처만 입힐 비준동의 발 벗고 서두를 필요도, 할 필요도 없는 셈이죠.

비준 지연 배경 4. 미국은 ‘단일 정부‘ 아닌 ‘복수 정부 연합체’ 또 하나, 우리나라는 단일 국가 단일 정부 체제지만, 미국은 복수 국가(States) 연합체란 점을 유념해 봤으면 합니다.

얘긴 즉, 우리나라 국회처럼 여당과 야당이 합의하면 되는 단순한 구조가 아니라, 50개 주정부(State는 실상 개별 국가)는 자기 주정부(State)의 이익에 반하는 찬성은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상관없이 거의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똑 같은 배경과 이유로, 우리가 감지하지 못한 공화당과 민주당간의 정쟁 거래의 '소품' 혹은 '끼워 팔기' 품목으로 비준동의가 의외로 될 수도 있겠지요. 그런 경우라 하더라도, 거래 상품의 가치를 유권자에게 인식시키고, 암묵적 동의를 형성하는 절차가 선행되어야 할 겁니다.

그런 경우, 일단 언론을 통해 해당 거래안건과 맞물려 한미FTA 비준 얘기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야 할 텐데, 바티칸 궁 굴뚝에서 새로운 교황이 선출되었음을 알리는 흰색 연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미 의회의 굴뚝에선 아직까진 하얀 연기가 피어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아 우리 정부의 곤혹스러움은 한동안 계속 될 것 같습니다.

<박상기 BNE글로벌 협상컨설팅 대표, 연세대 협상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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