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안에 뿔났다"

녹색건물 확대..분양가 상승 `불보듯`
시민들, 혼잡통행료 확대 비판
산업계 "업종별로 감축안 차별화해야"
  • 등록 2009-11-06 오전 11:20:47

    수정 2009-11-06 오전 11:20:47

[이데일리 문영재기자] 정부가 개발도상국 최고 수준인 온실가스 감축안(3안·2020년 배출전망치의 30% 감축)을 꺼내들자 산업계는 물론 일부 시민들까지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하나 같이 기업이나 소비자들의 부담을 전제로 깔고 있는 만큼 추진과정에서 큰 논란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방안이 오는 17일 국무회의에서 최종 결정될 경우 결국 부담은 산업계는 물론 일반 시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녹색건물 확대..분양가 상승 `불보듯`

6일 녹색성장위원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의 25.6%를 차지, 산업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건축물 부문에서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 대비 31%를 감축키로 했다.

정부는 에너지 성능을 단계적으로 강화해 오는 2025년부터 모든 신축건물에 `제로에너지(외부유입 에너지가 제로인 건축물)`를 의무화하고 보금자리주택 100만가구를 그린홈화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새로 지어지는 주택에 고성능 창호나 신소재 단열재 등 신기술이 대거 적용되고 태양열·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설비도 의무설치해야 한다. 이는 결국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져 분양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토부는 그린홈 최소 가이드라인을 충족할 경우 전용면적 60㎡ 초과 주택은 가구당 200만~300만원 부담액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예컨대 3.3㎡당 분양가가 1000만원인 전용면적 84㎡의 공공아파트에 들어가는 입주자의 부담액은 분양가대비 1.2%정도 증가한다. 게다가 민간건설사의 경우 정부의 인·허가 최소기준을 훨씬 웃도는 기술을 적용할 것으로 보여 가구당 2000만~3000만원까지 분양가가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린홈 건설에 따른 건축비 증가분은 분양가에 실비로 인정된다"며 "이에 따라 분양가 상승은 불가피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 혼잡통행료 확대 방침에 `뿔난` 시민들

시민들은 정부의 교통혼잡 통행료 확대 방침에 뿔났다. 정부는 교통혼잡이 극심한 주요 도시와 고속도로에까지 혼잡통행료를 물릴 계획이다. 서울지역은 광화문과 종로 일대 등 4대문 안과 강남역 주변 등이 대상지로 꼽히고 있다.

아이디 newtree2000를 사용하는 한 누리꾼은 "정부의 교통 정책·설계가 잘못돼 혼잡이 발생하는데 애꿎은 시민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혼잡통행료라는 손쉬운 방법으로 교통혼잡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누리꾼도 "남산터널 요금소에서 통행료를 걷는 것 때문에 차가 더 밀린다"며 "혼잡통행료 확대 방침은 현실을 잘 모르는 탁생행정의 표본"이라고 꼬집었다.

◇ 산업계 "업종별로 감축안 차별화해야"

기업들도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안에 대해 썩 달갑지 않은 반응이다. 감축안이 확정될 경우 총 이산화탄소(C02) 배출량의 73%를 차지한 철강과 정유·석유화학·시멘트 업계는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전경련이 최근 기업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비교적 낮은 수준인 온실가스 감축안 1안(2020년 배출전망치의 21% 감축)이나 2안(27% 감축)을 원하는 기업이 무려 70% 달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가장 강력한 3안으로 결정된다면 기업들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각 업종별 특성과 경쟁력을 감안, 차별화한 감축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윤영 에너지경제연구원 녹색성장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도 "정부의 감축안은 상당한 어려운 목표치"라며 "이를 추진하면서 상당한 희생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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