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禍부른 엔씨소프트의 `비밀주의`

기본적인 영업정보 공개안해 `불만`과 ''불신'' 자초
게임 대표주에 걸맞게 시장과의 적극적 소통 필요
  • 등록 2009-08-11 오전 10:32:40

    수정 2009-08-11 오전 10:32:40

[이데일리 김춘동기자] 작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가 절정에 달했을 당시 국내 주요 그룹들이 줄줄이 유동성 위기설로 곤욕을 치렀다. 위기설의 대상으로 지목된 그룹 계열사들의 주가는 연일 급락했고, 주식시장 역시 크게 몸살을 앓을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위기설에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멀쩡한 기업들이 분위기에 휩쓸린 사례가 많았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자금조달에 나서는 기업들은 모두 유동성 위기라는 낙인이 찍힐 정도였다.

해당 기업들은 위기설이라는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비로소 부랴부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을 만나고, 긴급 IR을 통해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시장과 투자자들은 의혹의 시선을 쉽게 거두지 않았다. 평소 시장과의 소통이 충분하지 않아 신뢰관계가 쌓여있지 않았던 탓이다.

일부 기업의 경우 위기설이 진짜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해당 기업 입장에서는 억울하겠지만 시장에서 믿음을 얻지 못한 기업은 설 자리가 없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켜준 사례였다.

게임 대장주인 엔씨소프트(036570)가 최근 `비밀주의`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영업과 실적에 관한 기본적인 정보에 대해 지나치게 함구로 일관, 기업을 분석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물론 투자자들로부터도 불만을 사고 있다.

오죽하면 대작게임 `아이온`의 중국 동시접속자수가 얼마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김택진 사장밖에 없다는 다소 황당한 이야기까지 나돌 정도다.

`아이온`은 `리니지` 이후 부진의 늪에 빠져있던 엔씨소프트를 재기시킨 일등공신으로 올 들어 해외서비스를 본격화하면서 흥행대박에 대한 기대감이 컸었다.

하지만 올 상반기 부풀려질 대로 부풀려진 기대감은 중국 정부의 아이템 거래규제와 해킹, 봇 계정(자동사냥 프로그램) 우려 등이 맞물리면서 점차 의구심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도 엔씨소프트는 여전히 `비밀주의`로 일관해 불확실성을 더욱 증폭시켰고, 결국 투자자들의 불안과 동요로 이어지면서 주가 급등락을 낳았다.

엔씨소프트의 이번 2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이러한 우려는 상당부분 현실화됐다. 회사 측도 중국내 `아이온`의 성과가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도 동시접속자수나 계정수 등 `아이온`에 대한 최소한의 영업정보를 공개해달라는 애널리스트들의 요구가 있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는 끝까지 함구했다.

시장에서는 지난 상반기 `아이온`의 흥행 기대감이 지나치게 높아진 데 반해 실제 성과가 미흡하자 영업정보 공개에 부담을 가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자공학을 전공한 게임개발자 출신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기업IR에는 상대적으로 큰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김 대표의 부인이자 최고전략책임자인 윤송이 부사장 역시 KIST와 미국 MIT를 나온 이학박사 출신이다.

물론 의무 공시사항 외에 영업정보를 공개할 지 여부는 전적으로 회사 측의 판단에 달려있다. 하지만 지나친 `비밀주의`는 더 큰 무대에서 인정받기 위해 코스닥을 뛰쳐나와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한 게임 대표주에 걸맞은 처신은 아니라는 평가다.

실제로 엔씨소프트는 시가총액이 3조를 넘나드는 대형주로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순위도 60위권에 해당한다. 웬만한 중견기업과 맞먹을 정도의 덩치를 자랑하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새로운 먹거리산업 가운데 하나인 게임산업의 대표주자이자 해외시장 개척의 선두주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게임 대장주의 위상과는 달리 영업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장에서 정당하게 평가받는 데는 아직 서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엔씨소프트가 이제 좋은 게임을 만드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시장과의 적극적인 소통 등 게임 대표주로서의 역할에도 보다 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시장은 신뢰를 먹고 자라며, 불투명성은 그 시장의 가장 큰 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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