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환의 크레딧스토리)건설사 부도에 대한 2가지 시각

  • 등록 2007-06-14 오전 10:40:47

    수정 2007-06-14 오전 10:57:29

[이데일리 윤영환 칼럼니스트] 중견 건설업체 신일이 부도처리 됐다. 아직 정확한 여신현황이 공개되지는 않고 있지만 직간접적인 피해규모는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연말 감사보고서에 나타난 여신규모는 얼마 되지 않지만 PF 우발채무가 워낙 막대하기 때문이다.

PF를 중심으로 급성장한 중견 건설업체의 신용이슈는 이미 그 가능성을 오래 전부터 제기해 왔던 것이어서 그저 올 것이 왔다는 정도였지만, 정작 크레딧 애널리스트의 관심을 끈 것은 신일의 부도를 전하는 언론의 시각이었다.

많은 기사가 ‘흑자 도산’에 방점을 찍고 있다. 견실한 건설사가 무리한 부동산 경기대책의 유탄을 맞았다는 뉘앙스가 농후하다. 기사 말미에는 빨리 지방건설시장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자금을 풀어야 한다는 부동산 전문가들의 견해도 소개한다.

반면에 어떤 기사는 ‘공격 경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무리한 차입과 무모한 확장경영으로 스스로 화를 불렀다는 점과 이를 방조한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을 지적한다. 당연히 저축은행의 폭발적인 PF대출 증가와 최근의 연체율 급등에 대한 설명이 뒤따른다.

크레딧 애널리스트의 입장에서 당연히 ‘흑자 도산’ 논리보다는 ‘공격 경영’ 논리가 와 닿는다. 하지만 일반 독자의 시각은 어떨까?

흑자 도산이라는 용어는 언뜻 기업 경영 자체에는 문제가 없는데 단지 ‘남의 탓’이나 ‘불운’으로 일시적인 자금부족을 겪는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면 이어지는 논지는 무엇이 되겠는가? 당연히 선량한 기업가를 악운으로부터 보호하고 함께 악당에 대응해야 한다. 그것이 정의다.

하지만 대부분의 흑자 도산은 악당이나 악운보다는 철저히 ‘내 탓’으로 빚어진 것들이다. 어린 시절 할머니는 넘어진 손자를 달래기 위해 돌부리에 ‘때찌’를 했다. 하지만 지금 시장에 필요한 것은 유아적인 어르기가 아니라 냉정한 상황인식이라는 생각이다.

흑자 도산을 말하는 근거는 최근 결산실적이 흑자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유형의 흑자는 단지 발생주의 회계처리에 따른 숫자놀음에 불과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한 현금흐름표를 보면 이미 자금부족이 상당수준 진행 중이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대부분의 흑자 도산에서 진짜 악당은 내부에 감추어진 과잉투자나 부실자산이다. 이런 상황에서 흑자 도산 논리는 투자자를 한 번 더 울리는 것이다.

물론 진정한 의미에서의 흑자 도산도 있다. 충분히 가치가 있는 기업이 단지 단기유동성이 부족해서 넘어지는 경우다. 하지만 우리의 금융시스템이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 기회를 노리던 누군가가 산타클로스의 미소와 샤일록의 계산으로 손을 내밀기 마련이다. 있다면 외환위기와 같이 극단적인 금융시스템 붕괴상황에서나 가능한 일이고, 카드위기 정도의 상황에서도 진정한 의미에서의 흑자 도산은 없었다. 상대적으로 금융시장 접근기회가 제한적인 중소벤처기업도 아니고 대기업이라면 흑자 도산으로의 개념 규정은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겠다.

PF우발채무까지 포함하여 1조원 규모의 신용사건 발생은 한국형 서브프라임 이슈의 가능성을 생각하게 한다. 한계등급 건설 PF의 상당부분이 저축은행과 캐피탈을 통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직은 대규모 미분양 및 분양연기 사태가 국지적인 현상이고, 주요 건설회사의 재무구조가 탄탄하며, 은행의 안전판 역할도 기대된다. 또 이슈의 핵심인 저축은행 PF도 최근 당국의 주도로 여신관리를 부쩍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종합적으로 본다면 대형 이슈로 확대될 가능성보다는 제한적인 꼬리 자르기의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막연한 불안감의 확산이다. 그리고 지난해 크게 확대된 건설PF의 원만한 차환(Refinancing)이 앞으로의 관건이 될 것이다. 따라서 건설PF의 실태 파악과 차환 안정화 여부가 앞으로의 핵심적인 관찰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윤영환/굿모닝신한증권/Credit analy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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