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5월은 잔인한 달.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연결하는 ‘외식 벨트’는 가장(家長)들의 허리와 지갑을 꺾었다. 그렇다고 꽃게를 다음 달로 미루기도 힘든 일. 서해안 꽃게는 알이 꽉찬 4~5월이 제철이기 때문이다. 6월이 되면 빼곡하던 알을 바다 속에 뿜어내고, 영양실조 걸린 아이처럼 홀쭉해진다.
서울 마장동의 ‘목포 산꽃게찜·탕’은, 꽃게는 먹고 싶고 지갑은 난도질 당한 ‘영세한 식도락가’를 위한 강력한 대안이다. 꽃게의 경우, 사실 고만고만한 놈들을 맛보기로 먹는 데야 큰 돈 들일 일 없지만, 튼실한 놈으로 포만감까지 느끼려면 ‘카드 할부’도 고민해야 할 만큼 가격이 부담스럽다.
청주와 소금을 넣고 15분 가량 쪄 낸 이 집의 ‘꽃게 찜’(꽃게백숙)은 그런 점에서 가격 대비 최고 수준의 성능을 자랑한다. 중(中)자의 꽃게 세 마리는 아이 낀 세 식구 혹은, 성인 두 사람이 어지간히 포만감을 느낄만한 분량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이미 이 집에 엄지 손가락을 드는 ‘꽃게 킬러’들이 너무 많아졌다는 점이다. 오후 6시에 도착했더니 식당 밖 간이의자에 앉아 20분을 기다려야 했다. 대략 밤 9시가 훨씬 넘어야 기다림 없이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오후 2시~5시30분의 취약 시간대를 ‘공략’하지 않으면, 식당 밖에서 하릴없이 20~30분을 기다려야 한다. 물론 이런 집의 특성상 예약은 받지 않고, 식당 안의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오후 9시 30분. 명절 당일과 그 전날만 쉰다. 5호선 마장역 2번 출구에서 걸어서 3분. 식당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아저씨가 발레 파킹까지 해 준다. (02)2292-1270
글=어수웅기자 jan10@chosun.com
사진=조선영상미디어 김영훈기자 adamszon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