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성의 換헤지)②합성옵션의 유혹

  • 등록 2005-07-15 오전 11:01:06

    수정 2005-07-15 오전 11:01:06

[edaily] 이데일리 최근 환율 급등락으로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수출입 기업과외환파생상품에 관심있는 독자들을 위해 7월부터 노덕현 동양선물 부장의 `북극성의 환헤지` 칼럼을 연재합니다. 칼럼 내용은 자연인 노덕현의 개인적 의견으로 소속사인 동양선물㈜이나 이데일리 의사와는 관련이 없으며 집필자는 어떠한 은행과도 직접적인 거래 관계가 없습니다. ②2004~2005 유행병처럼 번진 합성옵션, 그 달콤한 유혹 2004년말 이후 환율이 폭락했다. 환율이 한때 1000원을 밑돌기도 했고, 불과 6개월도 되지않아 150원이 폭락한 상황에서 환율은 997~1020사이를 4개월간이나 저공비행했다. 많은 중소 수출기업들, 특히 파생상품과 환위험 관리에 대해 지식이 부족하고 경험이 부족한 그들은 환율의 폭락으로 급격한 채산성 상실 또는 악화에 내몰린 것이다. 1원의 높은 환율이 아쉽게 느껴지는 그들에게 달콤한 유혹(?)의 손길이 뻗쳐 왔다. 환율폭락으로 궁지에 몰린 수출기업에게 현물환율보다 10원 또는 무려 25원이 높은 눈앞의 유혹이 찾아온 것이다. 중소 수출기업에게, 그것도 통화옵션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중소기업에게, 현물환율보다 10원 또는 20원이 높게 계약할 수 있다는 제안서 한장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었을 것이다. 선물회사 지방점포에서 오로지 중소기업 환위험 관리와 달러선물을 연결시켜 5년을 넘게 살아온 필자는, 보다 가까운 현장에서 그들을 지켜보며 고락을 같이 해왔다고 나름대로 자부한다. 중소기업을 위해 환위험 관리에 관한 교육자료를 만들어 보내기도 했고, 그 쌓인 자료들을 엮다보니 책이 되어 출판을 하기도 했고, 시골(?)지역에서 기업 환위험 관리에 관한 강의/교육도 많이 했었다. 그러하기에 여러 중소기업들로부터 평소 적지 않은 문의 전화를 받았던 편이다. 그런데 유독 환율이 폭락하고 난 이후인 올해는 합성 통화옵션에 대한 문의를 많이 받았다. 파생상품 공부는 조금 했다는 필자도 옵션실무를 하지는 않았었기에 몇일을 고민하며 이해하게 된, 그간 책에서도 본 적 없는 이름의 합성옵션들이었다. Enhanced Forward라고 이름 붙여진 것도 있었고 Catapult Forward라고 이름 붙여진 합성옵션도 있었다. 중소 수출기업 그들이, 그래도 환위험 관리 교육하는 강사로서 이 시골바닥을 뛰어다니는 필자에게 그러한 합성 통화옵션에 대해 알아보려 문의해 온 일은 필자로서는 되려 고마울 뿐이었다. 하지만 필자가 그 합성옵션들을 이해하고 난 후 그들에게 대답해 준 것은 ‘아직은 관심두지 마세요’라는 말이었다. 필자가 만나고 겪어 본, 옵션이 아니라 선물환율의 이해마저 빈약한, 그 수출 중소기업이 그 합성옵션 제안서를 보고 옵션보다는 그저 신기방기한 새로운 금융상품 정도로 생각하는 기업들도 있었으니, 달콤함 뒤에 숨은 위험을 제대로 관리할 능력이 있다고는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필자가 보기에, 그 수출 중소기업이 지대한 관심을 가졌던 유일한 이유는 현물환율보다 무려 10원~25원이 높은 계약환율의 제시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상품들이 제공하는 달콤한 유혹 뒤에는 뭔가 숨은 위험도 있기 마련 아닌가?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처럼… 그러한 합성 통화옵션의 공통점은 레버리지 옵션이다. 즉, 이미 환율이 떨어져 상실된 수출기업의 이익을 일부 보상받되, 그 대가로 환율이 일정범위를 벗어나면 더 큰 손실을 감수하겠다는 각서를 써 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미래 환율이 일정 범위에 머물 것이라는 환율전망을 확신할 수 없고, 게다가 합성옵션을 제대로 이해하고 관리할 지식과 경험이 없는 중소기업에게라면 어울리지 않는 옷이요, 적절하지 않은 환위험 관리 수단인 것이다. 필자랑 비슷하게 종합무역상사를 거쳐 외국계은행에 근무하는 어느 분이 기업 환위험 관리에 대한 칼럼에서 요사이 유행한 옵션을 두고 칼럼에서 표현했던 말이 떠오른다. ‘(이미 떨어져버린) 환율을 (또다른 투기없이) 끌어올릴 환상적인 마술은 없다’. 퇴근길 차속에서 30분을 되뇌인 말이었다. 이미 폭락해 버린 환율로 상실한 채산성은 가슴아프지만, 떨어져버린 환율을 또다른 위험부담 없이 만회할 환상의 마술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들어서 일부 은행들의 합성옵션 제안을 문의하는 중소 수출기업의 전화를 여기저기서 많이도 받았었다. 김해의 어떤 수출 중소기업은 필자더러 “왜 이런 좋은 상품의 존재를 진작에 말해주지 않았냐?”고 따지듯 전화를 해 온 곳도 있었고, 창원의 어느 중견기업에서는 “은행에서 아주 좋은 금융상품이 나와서 이제는 달러선물 거래는 하지 않겠다”고 말해 온 곳도 심지어 있었다. 여러 수출 중소기업들 사이에 합성옵션이 ‘마치 유행병(?)처럼 번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마도 제안을 받은 기업들이 필자에게 위와 같은 서운한 말을 할 정도라면, 제안서를 보낸 은행의 지점 직원들이 필시 합성옵션 상품을 그 기업에게 제대로 이해시키지 못했다는 반증인 셈이다. 그 기업들이 팩스로 보내온 은행의 제안서에는 달랑 만기의 Pay-off만이 적혀 있었지 옵션의 합성구조는 없었다. Pay-off만으로 그 상품의 합성구조를 추론하며, 필자는 그리 유쾌하지 못한 상상을 하였다. 필자의 머리에 ‘당일 즉시 대출’이라는 제목으로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들에게 고금리라는 가시를 숨기고 찾아오는 고리사채업자들의 스팸메일이 연상되었던 것이었다. 단순히 필자의 과민반응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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