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방사청장의 '이상한 인터뷰'…KDDX 책임 떠넘기기 논란

자체 예산으로 특정 매체와 현안 인터뷰 '이례적'
4년 전 기밀 탈취 의혹 등 인지하고도 사업 강행
그런데도 석 청장 "방사청은 규정대로 했다" 강조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다 지금까지 사업 지연
  • 등록 2024-11-06 오전 7:00:00

    수정 2024-11-06 오전 8:48:30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이 최근 모 방송과 진행한 인터뷰를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업체 간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한국형구축함(KDDX) 사업을 설명하면서 그간 책임을 미룬 방위사업청의 ‘원죄’는 감추고 조만간 이뤄질 사업 추진 방식 결정에 업체들은 승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다. 특히 정부부처가 해당 방송채널에 제작비까지 지급하면서 KDDX 사업 관련 방사청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하는게 적절한지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9월 15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방위사업청 등의 국정감사에서 석종건 방위사업청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KDDX 사업은 관례대로 기본설계 수행 업체가 상세설계와 선도함을 건조해야 한다는 HD현대중공업과, 중대한 범법 행위가 드러났는데도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는 건 부당하다는 한화오션의 싸움으로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기본설계를 한 업체가 상세설계와 실제 함정을 건조해야 사업 리스크를 줄일 수 있지만, 법적 이슈와 국민정서 또한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방사청은 사업추진 방식 결정을 미뤄왔다.

방사청, KDDX 관련 비리 소극적으로 일관

하지만 KDDX 사업 구도가 이렇게 까지 된 데에는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탈취 범죄 뿐만 아니라 방사청의 사업관리 책임이 크다.

2014년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방사청 소속 해군 간부로부터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만든 KDDX 개념설계도(3급 군사기밀) 등을 촬영해 보관해 온 사실이 2018년 4월 국군방첩사령부(옛 국군기무사령부) 불시 보안감사에서 적발됐다. 이에 따라 방첩사는 2019년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사상 최다인 25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중 방사청과 방사청 산하기관 인원이 13명이고, HD현대중공업 직원이 12명이었다.

그런데도 방사청은 아무런 일이 없었던 양 2020년 5월 KDDX 기본설계 입찰을 진행한다. ‘형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석 청장은 지난 2일 공개된 인터뷰에서 “수사를 받아 보안 관련 문제가 생기면 벌점을 주도록 제도화 돼 있는데 당시 제도는 형 확정을 받아야 감점을 받게 돼 있었다”면서 “방사청은 규정대로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사청 및 산하기관과 입찰 참여 기업 간의 중대한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건 문제라는 지적에 “그래서 방사청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수준으로만 언급했다.

게다가 기본설계 제안서 평가 이전에 HD현대중공업 보안사고 문제는 언론에 연이어 공개됐다. 그런데도 방사청은 방첩사로부터 통보받은게 없다며 절차를 지속했다. KDDX 기본설계 입찰 결과 HD현대중공업이 0.056점 차로 앞섰다.

기본설계에 따른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조감도 (출처=HD현대중공업)
기본설계 입찰 평가 과정에서도 방사청은 논란거리를 만들었다. HD현대중공업의 한국전력 뇌물공여로 인한 부정당 업자 제제 처분이 감점으로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방사청이 2019년 9월 규정을 바꾸면서 ‘사업수행성실도’ 평가 항목을 수정해 모든 공적 영역 기관 관련 범죄에 감점을 주던 것을 ‘대한민국 정부기관’으로 한정했다. 한국전력은 공기업이기 때문에 ‘정부기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4년 넘게 미루다 이제서야 결정 따르라고?

HD현대중공업 관계자 중 9명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2022년 11월 전원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도 방사청은 판결 당사자의 공개제한 신청에 따라 판결문을 볼 수 없어 입찰참가제한 등의 제재를 검토할 수 없었다고 했다.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던 방사청은 2023년 10월께 판결문 입수 이후 부정당 제재 등의 판단을 ‘계약심의위원회’로 떠넘겼다. 이마저도 계약심의위원회는 12월 결정 보류 이후 올해 2월 HD현대중공업에 대해 ‘행정지도’만 결정했다.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다.

이 결정에 방사청은 책임을 지고 사업추진 방식을 결정했어야 했지만 아직도 ‘검토중’이다. 방산업체 지정 절차를 진행하는 산업통상자원부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 됐다. 한화오션이 고발한 HD현대중공업의 불법 행위 임원 개입 여부 수사 결과도 사실상 지켜보는 모양새다. 방사청 내 사업 담당자가 처음부터 주도적으로 사업을 이끌어 가지 못하고 수동적 자세로 대응하다 보니 이 꼴이 됐다는게 방사청 내부와 업계 시각이다.

그런데도 석 청장은 “(사업추진방식 결정을)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며 “방사청이 결정한게 최선이구나 (하고) 결정한 것에 기업들이 따라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규정·절차에 따른 투명성을 언급하면서 “문제를 제기하면 이 사업은 못 간다. 그 피해는 사용자인 군과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업체의 결정 승복을 압박했다. 질의응답이 이뤄지는 토론이 아닌 일방적 인터뷰를 통해서다.

방사청은 정부 예산으로 첨예한 현안에 대해 청장이 인터뷰하는게 적절하냐는 지적에 “말씀드릴게 없다”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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