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화 선언에 과도한 의혹 제기까지” 패닉에 빠진 양평군민[르포]

서울~강릉 잇는 국도6호선 차량 유입으로
주말 양평군내 교통정체 극심, 고속도로에 큰 기대
"민주당 공세 지나치지만, 장관도 너무 쉽게 결정"
지역 내에서는 이번 정쟁에 대한 양비론적 시각 커
  • 등록 2023-07-09 오후 4:05:03

    수정 2023-07-10 오후 1:56:21

[양평=이데일리 황영민 기자]‘더 이상은 못 참는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조속히 착공하라!’ 주말이 시작된 8일 오전 양평군 강상면 교평1리 일원에 강상면 이장협의회가 내건 현수막 문구다.

8일 오전 양평군 강서면 일대 도로에 ‘서울~양평 고속도로’ 정상화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현수막 밑으로는 양평읍내로 진입하는 차량들이 끝없이 이어졌다. 황영민 기자
현수막 아래 도로에는 양평읍내로 진입하기 위한 차량들의 행렬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이어져 있었다.

인근에서 만난 최두혁 전 강상면 이장은 “주말이면 강상면에서 양평터미널까지 가는데 평소 5분 거리가 30분으로 늘어난다. 외부에서 오는 관광객들이나 강원도로 향하는 차량들로 인해 시내 교통이 마비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의 ‘김건희 여사 일가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련 특혜 의혹’ 공세에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사업 백지화를 선언하면서 양평군민들의 여론이 들끓고 있다.

지역 내에서는 “양평군 인구가 12만 명이 아니라, 120만 명이었으면 이렇게 쉽게 취소한다는 말이 나왔겠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양평군에 따르면 인천시 중구~강원도 강릉까지 이어지는 국도 6호선에서 양평지역을 가로지는 상평IC~양평IC 5km 구간의 평일 교통량은 3만4675대로 집계됐다.

행락객들이 늘어나는 주말에는 평일의 배 이상으로 교통량이 늘어나 양평군내 교통정체는 매우 심각해진다. 양평 물맑은 전통시장에서 오일장이 열린 이날도 도심 곳곳 주요 교차로는 외부에서 유입되는 차량들로 인해 극심한 정체현상이 벌어졌다.

8일 양평군 중심지역으로 진입하는 양근리 사거리 일대에 ‘서울~양평 고속도로’ 정상화를 촉구하는 현수막들이 줄지어 걸려 있다. 토요일인 이날 해당 지역은 외부에서 유입된 차량들로 정체현상을 빚고 있었다. 황영민 기자
양평군민들은 이 때문에 ‘서울~양평 고속도로’ 개통에 따른 차량 분산효과를 기대했지만, 최근 원희룡 장관의 백지화 선언으로 인해 패닉에 빠졌다.

양평군청 앞에서 복권방을 운영하는 배수영(70)씨는 양평초등학교 총동문회장을 역임한 양평 토박이다.

배씨는 “고속도로가 안 뚫리면 도심 정체는 절대 풀리지 않는다”며 “주말에는 양평을 동서로 잇는 양근대교와 양평교가 말도 못하게 막힌다. 오죽하면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숙원사업이라고 하겠나”라고 토로했다.

이날 양평군청 앞 회전교차로와 양근리 사거리, 양평역 등 군 중심지역 곳곳에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재추진을 촉구하는 현수막들이 즐비했다.

김건희 여사 일가를 둘러싼 여야 공방으로 촉발된 이번 사태에 대해 군민들은 대부분 양비론적인 시각을 보였다. 다만 사업 백지화를 선언한 원희룡 장관보다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쪽에 대한 문제를 조금 더 크게 보는 분위기였다.

박상민 양평군이장협의회 사무국장은 “사업 백지화 선언 후 양평군에서 연 설명회에 민주당 소속 양평군의원들은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며 “제가 만났던 분들 중 책임소재를 떠나서 과도한 의혹제기가 아니냐는 식으로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았지만, 양평군의 숙원사업을 쉽게 백지화한 원희룡 장관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고 전했다.

변경된 사업계획안에 양평IC 예정지로 지목된 강상면의 반발은 더욱 거셌다.

강상면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하유정 대표는 “고속도로 IC 옆에 누구 땅이 있는지 무슨 상관이냐. 오히려 진입차량으로 인한 정체랑 소음, 분진 때문에 더 고생한다”며 “여기 살아보지도 않은 정치인들간 서로 흠집내기에 애꿎은 양평군민 등만 터졌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 대표는 이어 “고속도로 계획이 잡힌 뒤 서울보다 집값이 싸고, 층간소음 걱정이 덜하기 때문에 양평으로 이사오려는 아이를 키우는 젊은 사람들이 많았다”며 “갑작스러운 백지화 선언 이후 문의가 뚝 끊겼다. 부동산을 알아보던 사람들마저도 계약을 보류하는 등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실제 인천 부평구에서 거주하는 이재하(37)씨는 지난해 양평군 강하면에 주택을 지었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이사계획을 보류했다.

이씨는 “직장이 서울이라 지금은 부평에 살고 주말에만 이곳에 머물고 있지만, 서울~양평 고속도로가 뚫리면 아예 양평으로 이사 올 생각이었는데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강상면의 또다른 공인중개사 박상규씨는 “양평 사람들은 다 고속도로가 강상면으로 오길 원한다. 기존안이었던 양서면으로 들어설 경우 IC가 양평군에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라며 “처음 계획 변경에 반대하던 양서면 주민들도 이 같은 사실을 알고 난 뒤 강상면으로 고속도로가 가는 것을 환영하는 분위기다”라고 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기존안과 변경안 주요 쟁점 분석 자료.
양평군 또한 교통분산효과 외에도 환경적 요인으로도 변경된 노선 계획안이 더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기존 노선안에 포함되는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은 3.499km이지만, 변경안은 0.56km로 크게 줄어든다. 상수원보호구역 통과 구간도 12.2km에서 8.8km로 단축되며, 수변구역 통과구간도 기존안은 0.62km지만, 변경안은 해당되지 않는다.

양평군 관계자는 “기존안은 국도 6호선 남한강 일대 교량 높이랑 인근 양서초, 중앙선 철도 등과 인접해 IC 설치가 불가능하지만, 변경안은 IC 설치로 인한 교통분산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주민활용도도 강상면 쪽이 훨씬 높아 변경안을 제시했는데 정치권 논란으로 양평군 발전을 위한 숙원사업이 위기를 맞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양평군 주민들은 장명우 양평군 이장협의회장과 이태영 양평 용문산사격장 폐쇄 범군민 대책위원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한 (가칭)‘서울~양평고속도로 정상화 범군민대책위원회’를 구성키로 하고, 9일 오전 양평군청 앞에서 발대식과 동시에 사업 정상화 촉구 집회를 열었다. 아울러 양평군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영향을 받는 서울 송파구와 경기 하남·광주시 등과 함께 공동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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