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회악?`..지상파 방송, "우리 같이 일해요"

MBC, 야간 시간대 게임전문 방송 제작해 방영
출연진 "MBC가 게임방송 제작했다는 데 큰 의미"
KBS가 LoL 중계하고, SBS는 e스포츠 법인 만들어
  • 등록 2018-11-03 오전 11:12:00

    수정 2018-11-03 오전 11:12:00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뉴스 등 보도 프로그램에서 게임을 사회악으로 보도했던 지상파 방송사들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게임 업계에 잠가놓았던 문을 열고 게임 방송을 제작하는 시도가 잇따른다. 정규 게임 방송을 넘어 e스포츠 전문 채널 합작사를 만드는 데까지 이르렀다.

2일 서울시내 e스포츠 전용 경기장 ‘액토즈아레나’에서 MBC 게임소개방송 ‘비긴어게임’ 제작 발표회가 열렸다. 국내 중견 게임사 액토즈소프트가 투자하고 SM C&C가 제작하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슈퍼주니어 출신 김희철과 신동, 인기 개그맨 김준현 등이 출연한다. 8부작으로 기획돼 토요일 새벽 1시에 방영된다.

2일 선릉역 근처 액토즈아레나에서 열린 ‘비긴어게임’ 제작발표회에서 출연진들이 각오를 다지며 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액토즈소프트 제공)
제작진은 기획 의도에서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나 편견이 만연한 데, 비긴어게임을 통해 게임에 대한 시선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모두가 게임을 즐기는 문화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PC방 전원 차단’ MBC가 게임방송 만든 것에 ‘큰 의미’

메인 MC인 김희철 씨는 방영 시간에 대한 아쉬움을 표명했지만 MBC가 게임방송을 방영하는 데 큰 의미를 뒀다. 그는 “요새 같은 세상에, TV를 보는 사람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새벽 1시 방영시간이) 아쉽긴하다”며 “아직 몇 시 시간대에 해달라고 욕심내기는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MBC가 게임 프로그램을 만들어간다는 것 자체만으로 의미를 두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게임을 하면 ‘머리가 나빠진다’, ‘악한 행동을 한다’면서 전원을 내리는 사건도 있었다”며 “방송에 나온 프로게이머들은 놀림거리가 되는 게 일상과 같았다”고 회상했다.

김 씨가 언급한 ‘전원을 내리는 사건’은 지난 2011년 2월 13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를 뜻한다. 당시 기자는 PC방 전원을 내리는 행각을 벌였다. PC방 전원 차단에 분노한 PC방내 사용자들의 반응을 폭력성으로 연결 지었다.

2011년 2월 13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 장면 캡처
당시 앵커는 인터넷 게임의 폭력성이 초등학생들에게까지 노출돼 있다고 전했고 기자는 묻지마 살인의 원인이 게임에 있다는 취지의 리포트를 했다. 이들은 초등학생이 전하는 거친 언사를 편집해 리포트 화면으로 방영했다.

김 씨는 “한국 게임이 롤드컵이나 아시안게임에서 우승 못했지만, 게임 산업 면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게임이 나쁠 게 없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다”고 재차 강조했다.

KBS는 LoL 생중계, SBS는 e스포츠 합작법인

공영방송인 KBS는 지난 아시안게임에서 시범 종목으로 채택된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 경기를 중계했다. 아시안게임이라고 하지만 공영 채널에서 게임 장면이 가족시간대 나오기는 당시가 처음이었다. 2000년대 스타크래프트 전성기 때 나오긴 했지만 심야 녹화 방송 정도였다.

다만, 현지 사정으로 경기 중단이 반복되면서 지난 아시안게임 e스포츠 경기 중계 생방송은 조기 종료됐다. 게임 업계에서는 2022년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등의 호재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KBS의 게임 중계는 계속될 것으로 여겼다.

민영방송인 SBS는 e스포츠 전문 법인을 만들었다. 국내 대표 온라인 게임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와 지분을 50대50으로 한 합작법인이다. 법인명은 ‘SBS아프리카TV’다.

SBS아프리카TV는 e스포츠와 관련된 모든 사업을 전담한다. SBS의 e스포츠 지상파 신규 프로그램 ‘e스포츠매거진 G.G’ 제작하고 케이블방송용 콘텐츠도 만든다. 이외 오프라인 대회를 운영하거나 이벤트와 매니지먼트 라이선스 사업도 연계해 한다.

김용재 SBS아프리카TV 대표이사는 “금번 아시안게임 지상파 e스포츠 방영 공동제작 등 적절한 기간 동안 협력체계 구축, 준비과정을 통해 합작법인 설립을 하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이는 밀레니얼세대를 위한 콘텐츠 및 플랫폼 제공이라는 지상파의 미래 과제를 위한 의미가 큰 한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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