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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 시장이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를 두고 학습효과가 생겼다고 하는 것도 이제 옛말이 된 듯하다.
최근 북한 리스크가 예상보다 잦아지고, 또 길어지고 있다. 과거 핵실험 같은 굵직한 사건이 있었을 때 국내 주가, 환율, 채권 등의 움직임은 뚜렷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그때그때 달랐다. 하지만 국내 금융시장에서 북한 리스크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으로 자리를 굳혔다.
지난밤도 그랬다. 시작은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었다. 그는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주말 우리 지도부에 오래 가지 못할 거라며 끝내 선전포고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그간 말싸움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소원했다”면서도 “누가 더 오래 갈 것인가는 그때 가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시장 인사들이 북·미 치킨게임을 두고 격하게 반응하지 않는 것은 그래도 전면전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생각이 기저에 있다. 그런데 ‘선전포고’라는 말은 말싸움 그 이상을 떠올리게 한다.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로버트 매닝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만약 북한이 도발 행위를 중단하지 않으면,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을 다룰 옵션을 제공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이 계속될 경우 ‘군사옵션’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국제금융시장은 이같은 불안감을 그대로 반영했다. 뉴욕 증시는 하락했고, 국채가격은 상승(국채금리 하락)했다.
달러화는 소폭 상승했다. 주요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2.650으로 전일 대비 0.51% 올랐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진 와중에 유럽의 정치 리스크에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달러화 가치는 올랐다. 독일의 극우정당 ‘독일대안당’은 이번 총선에서 68년 만에 원내에 진출했다.
다만 2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주목할 점은 추석 연휴를 앞둔 네고물량이다. 전날 북한 리스크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자, 추석 연휴를 앞두고 업체들의 원화 수요가 몰렸다. 추석을 앞둔 직원 추석 상여금 혹은 협력사 납품 대금 등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이 때문에 환율 상단은 제한됐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상·하단이 모두 막히면서 1130원대 박스권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날도 1130원 후반대 레벨로 올라서면 상단 인식에 달러화 매도가 나올 수 있다. 한반도 긴장감이 커지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은 1130원 중반대에서 등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