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208 GT Line 시승기 - 여전히 매력적인 콤팩트 해치백 그리고 MCP

  • 등록 2016-12-20 오전 9:12:08

    수정 2016-12-20 오전 9:12:08

[이데일리 오토in 김학수 기자] 국내 수입 자동차 시장에서 푸조가 인기를 끌던 시절에는 ‘합리적인 수입차’라는 타이틀로 콤팩트하면서도 뛰어난 연비 그리고 독특한 캐릭터를 과시한 푸조 206, 207 시리즈가 판매 호조를 이어갔다. 하지만 어느새 수입차 시장의 트렌드는 독일 산 세단, SUV 등에게 흐름이 넘어간 상태이며 푸조는 어느새 소형 SUV 모델인 2008과 시트로엥 칵투스에 무게를 싣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척 오랜만에 푸조 208을 만났다. 국내 수입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서도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 받지 못하고 있는 이 작은 해치백은 어느새 전면 디자인을 바꾸며 선명한 이미지와 몇 개의 디자인 아이템을 더해 ‘GT Line’이라는 독특한 트림 네임을 추가했다.

2016년 겨울, 풋풋했던 그 시절이 떠오르는 푸조 208의 매력을 다시 한 번 느껴보기로 했다.

한 때 푸조 역시 몸집 부풀리기에 동참하던 시절이 있다. 하지만 푸조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브랜드가 지향하는 방향성을 담아냈다. 푸조 208은 전장이 4m가 넘었던 206, 207이 무색할 정도로 전장을 줄였고 3,973mm의 전장으로 콤팩트 해치백의 진수를 선사한다.

하지만 푸조 특유의 달리기 실력을 과시하고 싶었을까? 전폭은 1,739mm까지 확보했으며 전고는 1,460mm로 낮게 그렸다. 이와 함께 실내 공간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듯 휠 베이스 역시 2,538mm까지 늘렸다. 한편 공차 중량은 1,220kg에 불과해 경쾌한 몸 놀림과 효율성을 기대하게 한다.

공격적인 감성을 품은 208

푸조는 최근 비교적 고성능(?) 모델이라 할 수 있는 GT 라인업과 GT 모델의 디자인을 기반으로 스포티한 감성을 강조한 GT Line을 선보이고 있는데 어느새 이 GT Line의 손길이 208에 닿았다. 붉은색 하이라이트가 더해지고 GT Line 엠블럼을 더하면서 ‘나는 좀 달릴 줄 아는데?’라는 느낌을 풍기는 것 같다.

기본적인 디자인은 깔끔하면서도 세련된 콤팩트 해치백의 전형을 담아냈다. 처음에는 ‘플루팅 디자인’이 어색했지만 어느새 208을 비롯해 308 등등 새로운 푸조의 디자인이 적용된 차량들이 익숙해진 만큼 크고 날카로운 그러면서도 균형 잡힌 앞모습은 이제 거부감이 없다. 조금 더 넓은 감각을 선사하는 범퍼와 GT Line 전용 프론트 그릴을 통해 스포티한 감각을 살린 것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측면의 실루엣은 예전에도 그랬지만 역시 실용적인 구성이다. 전륜과 후륜을 차량의 양끝으로 최대한 밀어 휠 베이스를 확보한 구조에 시야 확보를 위해 윈도우 라인을 한 번 꺾었다 끌어 올린 점이 눈길을 끈다. 한편 GT Line 고유의 특혜라 할 수 있는 독특한 17인치 알로이 휠과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3 타이어가 드라이빙에 대한 시각적인 즐거움을 준다.

후면의 디자인은 측면과 이어지며 감각적인 조형미를 자랑한다. 곡선이 만드는 볼륨감을 강조한 후면 범퍼와 푸조의 시그니처 라이팅 실루엣이 더해진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가 콤팩트 해치백의 ‘귀여운 이미지’를 완성하며 붉은 색의 푸조 브랜드 레터링과 GT Line 엠블럼으로 다른 208과의 차별화되었음을 확실히 드러내는 점은 ‘그 놈 참 영특하네-‘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든다.

콤팩트한 공간을 최적화한 디자인

작은 공간에서 넓은 거주성을 확보하기 위해 패널의 형태가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다. 푸조 고유의 시그니처 디자인이라 할 수 있는 헤드 업 클러스터(HUC)와 터치 방식의 디스플레이 패널을 적용한 대시보드가 실내 공간 상단을 장식한다. 대시보드은 카본 파이버를 적용한 것은 아니지만 스포티한 감성을 강조하는 시각적 효과를 더했다.

한편 간결한 버튼 구성이 돋보이는 공조기 컨트롤 패널이 센터페시아 하단과 센터 터널이 만드는 디자인의 연속성을 이어간다. 스티어링 휠은 GT Line의 스포티한 감각을 드러내듯 D 컷으로 처리되었으며 스티어링 휠 림 안쪽에 붉은 스티치를 더해 스포티한 감각을 살린 것도 눈길을 끈다.

1열 공간은 운전자를 위해서라면 부족함은 없지만 절대적 공간의 결핍은 느껴진다. 시트의 크기나 착좌감 그리고 헤드룸이나 레그룸은 여유로운 편이지만 스티어링 휠의 전후 움직임이 다소 짧게 느껴져 키가 큰 운전자의 경우 시트 포지션을 설정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시트의 높이 대비 스티어링 휠의 기본적인 높이도 낮게 느껴져 아쉬운 점이 생긴다.

한편 2열 공간은 1열의 탑승자에 따라 공간의 차이가 커진다. 평균적인 체형의 탑승자라면 평소2열 공간에서도 만족스러운 공간을 경험할 수 있으나 키가 큰 때에는 헤드룸이, 체격이 클 때에는 레그룸 부분에서 어려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하지만 시트의 감각이나 착좌감이 우수한 편이고 글래스 루프의 개방감이 우수해 감성적인 부분에서는 만족도가 높았다.

푸조 208 GT Line은 작은 차체에서 알 수 있듯 적재 공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311L의 적재 공간은 경쟁 소형 해치백 대비 다소 작은 편이지만 2열 시트가 60:40 비율로 폴딩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적재 공간을 늘릴 수 있다. 2열 시트를 모두 접을 때에는 최대 1,152L까지 적재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PSA 콤팩트 라인업의 표준

GT Line이라는 이름은 ‘GT’ 모델이 아닌 ‘GT처럼’ 보이는 모델이다. 때문에 보닛 아래의 엔진과 변속기는 기본 208 알뤼르(Allure) 모델과 차이가 없다. SCR(선택적 환원 촉매 시스템)과 DPF를 적용해 유로6 규제를 충족하는 1.6L 블루 HDi 엔진을 적용해 최고 출력 99마력과 최대 25.9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여기에 효율성을 강조한 MCP 6단 변속기를 통해 전륜으로 출력을 전하며 공인 연비는 복합 기준 16.7km/L(도심 15.6km/L 고속 18.4km/L)다.

익숙함이 돋보이는 경쾌한 드라이빙

208 GT Line의 시트에 앉아 포지션을 조절했다. 시트의 높이와 스티어링 휠의 거리가 아쉬웠지만 소형 차량에 기대할 수 있는 한계가 있으니 위안을 삼았다. 시동을 걸어보면 이전의 푸조 208보다 한층 정숙해진 모습이 느껴진다. 순간 가솔린 모델인가 착각을 했을 정도. 하지만 HUC에 새겨진 RPM 미터를 보고는 이내 디젤 엔진의 존재감을 떠올리게 된다.

MCP 기어 쉬프트 레버를 D에 옮기고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았다. 강력한 출력을 기반으로 힘껏 달리기 보다는 적당한 출력과 가벼운 무게의 조합을 통해 경쾌하게 가속하는 모습이다. RPM을 끌어 올리며 가속감을 느끼는 순간 울컥거리는 움직임이 느껴진다. 이는 MCP의 숙명이라 할 수 있는 MCP 고유의 ‘뒤로 잡아 당기는 증상’. 오랜만의 감각이라 되려 새롭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울컥거림이 즐거운 경험은 아닌 만큼 주행 모드를 수동으로 바꾸고 스티어링 휠 뒤쪽에 있는 패들 쉬프트를 이용해 수동 변속으로 속도를 끌어 올렸다. 물론 울컥거림을 방지하기 위해 변속 순간에는 엑셀레이터 페달에서 발을 잠깐 떼주는 MCP를 위한 페달링을 가미했다.

활기가 돌아온다. 208 GT Line은 언제 MCP의 불쾌감을 전했냐는 듯 경쾌하게 RPM을 끌어 올렸고 속도 역시 거침 없이 붙었다. 발진 때도 그렇지만 추월 가속이나 고속 영역에서도 힘찬 모습은 아니지만 콤팩트 해치백에게 기대하는 정도, 아니 그 보다는 조금은 더 웃도는 기분이다. 게다가 푸조 특유의 경쾌함 덕에 99마력의 제원 상 출력보다 10~15% 정도는 더 높게 느껴져 도심 속을 달리는 즐거움이 더해진다.

물론 한계는 존재한다. 푸조 208 GT Line은 ‘GT Line’라는 타이틀을 붙였으나 고성능 GT 모델이 아닌 ‘그렇게만 보이는’ 모델이다. 때문에 푸조 208의 기본적인 성향이 그대로 드러나는 차량이기 때문에 동급 혹은 비슷한 체격의 차량들을 압도하는 주행 성능 가진 차량은 아니다. 특히 출려적인 부분에서 경쟁 모델 대비 많이 쳐지는 것이 사실이라 다른 차량과 같이 달리거나 비교하기 시작하면 그 한계는 더욱 빨리 드러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푸조는 달리는 사람이 즐거운 차량이다. 푸조 208은 언제나 가벼운 차체 움직임을 선보였다.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기본적으로 가벼운 부게감의 스티어링 휠은 언제나 경쾌하고 활기찬 조향 반응으로 운전자에게 즐거움을 느끼게 하며 하체 역시 약간의 롤을 허용하면서도 매끄럽게 코너를 빠져나가는 민첩함을 보인다.

게다가 푸조 208 GT Line 모델의 경우 기본 모델 대비 사이즈가 큰 17인치 타이어와 스포츠 드라이빙을 위한 타이어라 할 수 있는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3 타이어의 적용하기 때문에 노면에 대한 접지력이 우수하고 노면에 대한 정보를 운전자에게 조금 더 적극적으로 전달하기 때문에 속도 영역을 가리지 않고 운전의 즐거움을 느끼게 했다.

푸조 208 GT Line의 가장 큰 매력은 경쾌한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효율성 또한 무척 뛰어나다는 것이다. 푸조의 효율성은 이미 검증이 끝났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편이다. 실제로 시승 기간 내내 리터 당 20.8km의 우수한 연비를 했다. 게다가 정속 주행에서는 리터 당 30km 수준의 놀라운 연비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이런 세팅은 RPM을 어느 정도 폭 넓게 활용할 때 매력이 드러나는 세팅이기 때문에 GT Line이 주는 드라이빙 감각은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불필요한 정보’로 느껴질 수 있다. 물론 보다 실용적인 방향을 추구하는 고객을 위한 알뤼르 모델도 준비되어 있으니 즐거움과 효율성을 공존보다 효율성을 추구한다면 알뤼르를 선택하는 것도 좋은 선택일 것이다.

좋은 점

앙증 맞은 디자인과 즐거운 드라이빙 그리고 뛰어난 효율성

안좋은 점

어느새 가라 앉은 푸조의 브랜드 이미지, 경쟁 모델 대비 부족한 존재감 그리고 MCP

외면할 수 없는 매력적인 콤팩트 해치백

푸조의 소형 해치백 라인업은 늘 매력적인 가치를 품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시장에서의 성과는 그리 좋지 못했다. 게다가 최근 국내 소형차 시장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어 푸조 208에게는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EAT 6단 자동 변속기를 채택하는 다른 푸조들과 달리 MCP가 아직도 남아 있다는 점은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푸조 208 GT Line은 이전의 푸조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매력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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