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눈]크레딧 대책이 필요하다

  • 등록 2013-07-02 오전 10:51:12

    수정 2013-07-02 오전 10:51:12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크레딧 시장의 최대 이슈는 건설·조선·해운업의 신용위기 심화와 이에 따른 영향이다. 3대 요주의 업종의 신용위기를 계기로 전체 산업의 크레딧 점검과 유동성 확보 등의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용위기 파장이 타 산업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3대 취약업종의 부진은 철강·시멘트·석유화학과 은행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의 경우 대규모의 대손충당금 적립은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신용위기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확한 진단과 자구책이 시급하다.

건설·조선·해운업의 크레딧 리스크 현황과 대책에 대해 살펴보자.

건설업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발생 이후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현금흐름 악화, 자금시장 경색, 심화된 PF우발채무 및 회사채 상환부담은 중견 건설업체를 짓누르고 있다. 해외 플랜트 사업은 미청구공사액 급증에 따라 손실 확대를 가져왔다. 더는 대형건설업체의 화수분이 아니다.

채생산성이 낮은 해외 플랜트 수주를 늘려왔기 때문에 향후 실적 개선을 장담하기 어렵다. 올 1분기 말 기준 시공능력 상위 30위권 내 PF우발채무액은 20조원, 회사채 잔액은 15조원을 웃돌고 있다. 건설업체들은 잠재적 유동성 리스크에 대한 점검과 재무융통성, 보유 자산을 기반을 둔 현금확보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해운업은 크레딧 리스크가 가장 높은 업종이다. 전 선종이 침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인은 수급 불균형이다. 선박의 공급과잉과 수요부족으로 운임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해운업체들은 2007~2008년 호황 시기에 선박을 집중 발주했다.

부메랑은 5년 후인 2013년에 돌아오고 있다. 사상 최대 손실을 기록했고 최대 순차입금을 보유 중이다. 부채비율은 평균 600%를 상회하고 있다. 대부분 해운업체는 대규모 손실 고착화와 과다한 회사채 상환부담을 지고 있다.

국내 4대 해운업체의 회사채 잔액은 6조7788억원이며 2013년 만기도래액은 1조1045억원이다. 해운업체들의 자생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자금시장의 분위기는 급랭한 상황이다. 선박금융공사의 설립, 해운보증기금 등 해운업의 지원책이 시급히 요구된다.

조선업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선박 발주 중단, 주문 연기, 선박금융의 위축 등 대외 변수는 조선업황에 부정적이다. 국내 7대 조선업체의 수주잔고는 호황기인 2008년 176조원에서 2013년 1분기 말 113조원으로 급감했다.

글로벌 3강인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의 조선부문의 수주잔고는 각각 24조~32조원으로 1.5~2년 치에 해당된다. 2008년 3~4년 치 건조물량에 해당되는 수주잔고에 비해 절반에 그치고 있다. 선수금 감소로 인해 운전자금, 차입금 증가, 원가상승 그리고 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수주한 저가 물량이 최근 실적에 반영되고 있어 현금흐름 창출력이 약화될 전망이다. 국내 7대 조선업체의 회사채 잔액은 7조5377억원이며 2013년 만기도래액은 1조3707억원이다. 중견 조선업체의 상환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 신용등급 A급 이하 업체의 크레딧 리스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중견 조선업체는 취약한 재무구조와 차입금 상환부담으로 유동성 위기를 경험할 수도 있다. 유동성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STX팬오션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과정을 보면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의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라는 비문이 생각난다. 시장 참여자는 낙관적이기보다 최악의 시나리오상에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기업은 주채권은행에 추가적인 여신 요구에 앞서 자산 매각, 외부로부터의 자금 조달 등 자체적인 유동성 확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채권금융기관은 기본적인 원칙 하에 지원과 구조조정을 선별해야 한다. 돈에 꼬리표가 없다고 하지만 사적 금융거래인 회사채 상환에 공적 지원을 하면 추후 상황은 복잡해질 수 있다. 증권업계는 무리한 회사채 주선 및 인수 그리고 낙관론에 휩싸여 기업 분석을 하지 않았는지 뒤돌아봐야 한다. 앞으로도 있을지 모르는 제2의 STX팬오션을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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