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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올해 결혼 3년차를 맞은 정하은(33)씨의 생각은 다르다. "친정엄마랑 다닐 때가 젤 속 편해요. 어떤 옷이 잘 어울리는지 냉정하게 봐줄 수 있는 안목, 비싼 옷도 덜컥 사주시는 든든한 지갑, 시시때때로 배고프지 않게 간식을 챙겨주는 센스까지 갖춘 사람이 엄마잖아요(웃음)."
정씨는 결혼 후에 오히려 친정엄마와 쇼핑을 더 자주 다닌다. 용돈이 부족해 살 수 없는 물품도 딸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사주는 엄마가 편해서라고 했다. 정씨처럼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혼인을 했는데도 쇼핑할 때는 여전히 부모에게 물질적·정신적으로 의지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친정엄마가 사줬어요"… 20~30대 기혼여성, 캥거루 쇼퍼가 되다
2004년 무렵 등장한 신조어 '캥거루족(族)'은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할 나이가 됐는데도 취직을 하지 않고 부모에게 얹혀살거나, 취직을 했다 해도 경제적으로는 계속 부모에게 의존하는 젊은 세대를 말한다. 컨설팅회사 PFIN에 따르면 2008년까지 대학을 다니면서 부모에게 용돈 전액을 받아쓰는 대학생은 49.5%. 이들 중 절반가량은 결혼 이후에도 부모에게 용돈을 받거나 물품을 사들일 때 경제적인 도움을 받는다. '캥거루족'이 결혼 후에도 부모님에 기대 쇼핑하는 '캥거루 쇼퍼(kangaroo shopper)'가 되는 셈이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이 기혼여성 1594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결혼 후에도 친정엄마와 자주 쇼핑을 하는 여성은 46.8%. 이 중에서 친정엄마가 쇼핑 전액을 부담하는 건 26%, 절반가량을 함께 부담하는 경우는 19.9%였다.
"그건 엉덩이가 큰 너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한 번 빨고 나면 후줄근해진다" 같은 친구 사이에 하기 어려운 솔직하고 날카로운 품평도 어머니와의 쇼핑이 좋은 이유다.
◆"엄마랑 골랐더니 좀 노숙한 브랜드도 괜찮네요"
'손정완' '앤디앤뎁' '미스지컬렉션' '보티첼리' '쁘렝땅' 같은 디자이너 브랜드가 대표적. 모두 2008년보다 2009년에 20대 여성 구매율이 평균 1.5배씩 올랐다. '손정완'의 경우 20대 매출이 2008년 3.8%에 그쳤지만 2009년엔 5.6%로 올라섰고, '앤디앤뎁'은 3.1%에서 4.7%로 올랐다.
아예 엄마 고객을 따라오는 '딸'을 겨냥해 옷을 준비하는 매장도 있다. '마담포라'는 작년부터 아예 엄마와 동반하는 20~30대 여성을 겨냥한 '블루라벨' 상품을 따로 내놓고 있고, '제이알'은 기존 스타일에서 사이즈를 약간 줄인 제품도 생산한다. '김연주'도 'K by soo'라는 이름으로 젊은 분위기의 라인을 따로 만들었다. 이 라인 상품 비중이 전체의 40%를 차지한다. 신세계백화점 여성복 담당 조영현 바이어는 "엄마 손을 잡고 오는 딸 손님이 갈수록 중요한 손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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