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이 준 선물''에 車업체들 `울고 웃고`

현대차 지난해 환율효과 이익 7000∼8000억 추정
일본차, 지난해 2월 대비 평균환율 16%↓..가격인하 여지
유럽차, 유로화 강세 이어지면 가격 상승 가능성
  • 등록 2010-01-26 오전 10:16:35

    수정 2010-01-26 오전 10:16:35

[이데일리 김보리 기자] 자동차 업체를 앉은 자리에서 울고 웃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환율이다. 환율은 `신이 준 선물`이란 말까지 나온다. 

지난해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던 데도 달러-원 상승이란 든든한 버팀목이 있어 가능했다. 2008년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판매 1위를 달리며 승승장구하던 일본업체들이 지난해 맥없이 주저앉은 것 또한 품질이 아닌 엔고 때문이었다.

◇ 현대차, 지난해 일등 공신은 환율..올해는?

지난해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 시장점유율을 올린 일등공신은 원화 약세에 따른 환율 효과다. 지난해 미국 시장 점유율은 4.2%. 2008년 3%와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지난해 달러 당 원화는 1382원에서 출발했다. 현대차(005380)는 예상 환율 1000원에 비해 30%이상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환율 효과로 인한 이익분을 연중 최고 시청률을 자랑하는 슈퍼볼 광고와 실직 후 1년 안에 차량을 되사주는 어슈어런스 프로그램 등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사용할 수 있었던 것.

시장에서는 지난해 현대차가 원화약세로 7000억∼8000억 가량의 환율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한다. 환율이 10원 올라갈 때마다 영업이익이 연간 800억 정도 수익이 난다는 설명이다.

서성문 한국 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론적으로 해외시장 개척비, 판관비 등 마케팅 비용을 뺀다해도 10원 당 400억 원 정도의 자금 여유분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지난해 환율은 전년대비 평균 173원이 올라 대략적으로 7000억 원 정도의 환율 효과를 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편 달러-원 환율은 지난해 2월 1429원에서 12월 1166원으로, 10개월 사이에 19%가 떨어졌다. 올해도 연초부터 환율 하락 추세가 이어지면서 지난해만큼 공격적인 해외 마케팅 전략이 어려울 전망이다. 

이상현 하나증권 금융연구소 연구원은 "현대차에서 선보이는 차종은 환율 1000원대에서도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이지만, 올해는 지난해 보다 마케팅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해 엔고에 운 일본차, 올해는 `방긋`

수입차들도 환율 때문에 웃고 울긴 매 한가지다. 일본 브랜드들은 올초 엔-원 하락에 힘입어 대표 모델의 가격을 낮추는 등 공격 경영에 돌입했다.

엔-원 환율은 일본 브랜드의 `부활`에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엔-원 평균 환율이 100엔 당 1546원이었지만 지난해 12월 1300원인 것을 감안하면 10개월 사이에 16%가 내린 셈이다. 지난해 3월 고점인 1620원과 올 1월에 기록한 저점 1211원을 비교해도 409원이나 차이가 난다.

닛산은 지난해 하지 않았던 지상파 광고를 다시 시작했다. 또 최근 출시한 `뉴 알티마`의 가격을 최대 300만원 내렸다. 미쓰비시를 수입 판매하는 MMSK는 중형 세단인 `뉴 랜서` 가격을 종전보다 360만~600만원, SUV인 `파제로`의 가격을 240만원 낮췄다. 지난해 가격을 두 번이나 올리며 엔고의 직격탄을 맞았던 혼다 또한 올해는 지난해의 거의 두 배에 육박하는 8000대 가량을 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쓰비시 관계자는 "1년 계약치로 200대 정도를 예상했는데, 출시 2주 만에 계약대수가 80대가 넘어섰다"면서 "신차 가격은 이미 한국 출시 석 달 전에 결정되기 때문에 엔화하락이 바로 영향을 미치진 않지만, 앞으로 들어오는 차량 가격을 낮춰 책정하는 데는 유리한 조건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 유럽차 "유로화 상승 지속되면 어찌할꼬"

유럽 브랜드들은 지난해 엔고의 영향으로 반사이익을 봤다면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지난해 일본 브랜드가 주춤거리면서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등 유럽 브랜드 4인방이 1∼4위를 휩쓸었다.

하지만 유로-원 환율 오름세가 2008년 9월부터 1700원 대에 올라서면서 유럽 브랜드들의 고전이 예상된다. 지난해 3월 유로-원 환율이 1900원대에 올라섰을 때 일단 예방주사는 맞았지만, 대부분의 업체가 유로화로 차를 사와야 하는 상황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벤츠는 유로화 강세 전망에 따라 올 초 S클래스와 E클래스 모두 많게는 각각 160만원, 110만원이 인상됐다. 업계에서는 BMW 5시리즈와 아우디 A6도 유로화 상승 여력이 차 값에 반영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BMW관계자는 "유로-원 급등으로 지난해에는 본사가 한국 지사에 700억원을 지원해 환차손 부분을 메웠지만 올해는 본사 역시 어려워 이 또한 녹녹치 않다"면서 "유로화가치 상승 가능성으로 5시리즈 가격 산정에 적잖은 고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자동차 메이커 피아트 또한 한국 시장 진출 시기를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 크라이슬러를 인수한 이탈리아 자동차 업체 피아트 역시 상반기 내 국내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지만 환율 상황으로 최종 진출 시기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현 연구원은 "일부 유럽 브랜드들은 아우디와 같이 본사에서 환차손을 계상해 완충효과가 있긴 하지만, 유로화 상승세는 장기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피아트도 환율이 떨어져 가격경쟁력과 마케팅 비용 등을 보다 확보할 수 있는 타이밍을 보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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