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율 제로는 정말 신화였던가?
미국 뉴경제 잡지인 레드 헤링은 최근호에서 "재고율 제로(Zero inventory)"는 신화였었다고 밝혔다. 다음은 그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재고율 제로의 이론은 JIT 생산, 다이렉트 온라인 세일, 공급체인 매니지먼트 소프트웨어 등 재고 관리의 기술적 개선이 효율성을 증진시키고 결국은 매니저로 하여금 수요에 맞춰 정확히 생산할 수 있도록 한다는 논리를 갖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결국은 운전자본을 증가시키고 이익률을 높이고 기업으로 하여금 비즈니스 사이클의 상승-하강에도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개념이다.
재고율 제로의 시대는 주문생산 모델을 택했던 델 컴퓨터에 의해 촉발됐다. 1997년과 1998년의 순 마진율은 각각 7.7%, 8.0%에 달했었다. 반면에 경쟁업체인 게이트웨이의 순 마진율은 4.6%, 5.0%에 불과했었다. 이에 따라 컴팩 컴퓨터, IBM, 애플 컴퓨터 등이 모두 델의 생산모델을 모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2000년 하반기부터 소비 수요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매출이 줄어들고 결국은 재고가 쌓이게 됐다.
애플의 경우, 소매 재고 수준이 1999년 11월의 3.9주에서 작년 11월에는 11.5주까지 치솟았다. 컴팩도 5.6주에서 8.4주로 높아졌으며, 휴렛 패커드도 3주에서 5.2주까지 증가했다. 이에 대해 마케팅 연구기관인 ARS는 "재고관리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무재고 모델과 같은 것은 없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PC 부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노텔 네트워크의 경우, 1999년 9월말 기준으로 재고/매출 비율이 0.48이었으나 작년 9월에는 0.55까지 상승했다. 루슨트 테크놀로지도 0.51에서 0.65까지 상승했다. 인텔의 경우도 0.18에서 0.26까지 상승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 전체 재고/매출 비율은 작년 11월에 1.36까지 상승했다. 이는 1999년 4월 이래 최고 수준이다. 이는 기업들이 재고와 생산 매니지먼트 소프트웨어에 엄청난 돈을 퍼부었으나 재고율 제로는 한낱 꿈이라는 것을 나타낸다.
금융 리서치 기관인 오브리 랜스톤의 수석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존스에 따르면 "경제하강과 소비의 급격한 감소로 기술만으로는 비즈니스 사이클의 영향을 완전히 없앴을 수 없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