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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로치 미국 예일대학교 교수는 3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중국의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것”이라며 “미국과 대만의 지역 정치 측면에선 잘 작동하겠지만, 두 국가를 갈라놓으려는 세력(중국)에게는 잘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을 자극만 하게 된 결과라는 진단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들은 “펠로시 의장이 오는 11월 미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하기 전에 대만을 방문하길 원했더라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세 번째 임기를 조율하고 있는 지금 대만에 가는 건 현명하지 못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적극 말렸어야 했다”고 입을 모았다.
그는 “모든 미 의원은 대만을 방문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굳이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실질적인 현실도 있다. (방문에 따른) 부담은 거의 대부분이 대만인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미중 관계를 영구적으로 변화시키고 대만을 장기적인 고통에 빠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화상 회담에서 미국과 중국 간 경쟁이 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상식적인 가드라인을 세워야 한다’고 했지만, 중국은 이를 거부할 수 있는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부연했다. 바이든 정권에서는 미중 관계가 개선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펠로시 의장이 3일(대만 현지시간) 밤 대만을 떠났지만 대만해협에선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군은 4일 낮 12시부터 사흘 동안 대만을 둘러싼 형태로 설정한 6개 구역에서 실사격 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특히 6개 구역 중 한 곳은 대만 남부 가오슝 해안과의 거리가 20km 이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중국군은 지난 2일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 도착하기 전부터 대만 주변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진행했다. 전날에는 중국군 최신예 대형 미사일 구축함 2척이 대만과 멀지 않은 수역에 출현한데 이어, 중국 군용기 27대가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했다. 대만해협 중간선은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1955년 미 공군 장군 벤저민 데이비스가 일방적으로 선언한 경계선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펠로시 의장이 대만 방문을 끝마친 직후 중국은 대만에 대한 군사·경제적 봉쇄를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치 교수는 “중국의 군사 행동이 즉각적이거나 심각한 상황을 유발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사고가 발생할 위험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