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에너지를 무기화하고 있다고 비판받는 러시아가 라트비아에 천연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했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가스 기업 가스프롬은 텔레그램을 통해 “오늘 라트비아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라트비아는 가스 구매 조건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라트비아의 가스 수입 회사 랏비야스 가제 측이 “러시아 가스를 루블화 대신 유로화로 구입하고 있다”고 발표한지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이다.
|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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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트비아는 작년 기준 전체 가스 수입량의 약 90%가 러시아산이지만, 가스프롬의 가스 공급 중단에 따른 피해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라트비아 에너지부의 에디즈 사이칸스 에너지 정책 차관은 “라트비아는 이미 내년 1월부터 러시아 가스를 사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가스프롬의 이번 조치는 거의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3월부터 러시아에 비우호적인 국가들은 가스 비용을 루블화로 지급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그러나 폴란드, 불가리아, 핀란드, 네덜란드, 덴마크 등 러시아 가스 수입국 일부는 푸틴 대통령의 이같은 요구사항을 거절했고, 가스프롬은 이들 국가에 가스 공급을 끊고 있다. 가스프롬은 이밖에 미국 에너지 기업 셸의 유럽 지부에도 가스를 수송하지 않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가스프롬은 지난 27일부터 독일과 연결된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에 문제가 있다며, 이를 통한 유럽행 천연가스를 보통 때보다 20% 줄인 채 공급하고 있다.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 및 감축에 따라 유럽은 올겨울 전력난을 겪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지난 26일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오는 8월 1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 가스 사용량을 자발적으로 평소의 15% 줄이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