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한령 완화 기대감…윤석열 당선은 변수[중국은 지금]

한국 드라마 올해 6편 중국서 방영
인기 순위 1위 등 폭발적 네티즌 반응
14억 시장 열리나…윤석열 당선은 변수
  • 등록 2022-03-13 오후 2:27:50

    수정 2022-09-19 오전 8:51:32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한한령(한류 제한령·限韓令) 정말 끝난거야?” 지난 3일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2018년)가 중국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아이치이(iQiyi)에서 방영된다는 소식에 중국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들썩였다.

한국 드라마가 중국 OTT 메인페이지에 소개되고 있다. 위 유쿠, 아래 아이치이.
이는 서막에 불과했다. 이어 6일엔 중국판 유튜브로 불리는 ‘비리비리’(Bilibili)에서 ‘슬기로운 감빵생활’(2017년)이, 8일엔 또 다른 OTT 플랫폼 유쿠(YOUKU)에서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2021~2022) 등이 잇따라 방영을 시작했다.

“잘못 누른지 알았는데 정말 한국 드라마네” “드디어 다시 한국 드라마 볼 수 있는 건가” 네티즌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13일 현재까지 비리비리 드라마 부문 1위를 유지하는 등 큰 인기다.

중국에선 올해 1월 ‘사임당 빛의 일기’(2016년)가 사드 사태 이후 6년 만에 한국드라마를 방영했다. 하지만 OTT 플랫폼 ‘망고TV’가 큰 홍보를 하지 않은데다 6년전 드라마라는 점에서 큰 반응을 일으키지 못했다.

이달들어 최신 드라마까지 중국에서 방영허가를 받으면서 한류 열풍이 다시 불지 업계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올해 중국 내에서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는 최소 6편이다. 한국 콘텐츠 제작사 한 관계자는 “너무 기쁜 소식이 많다”며 “완전히 개방됐다고 판단하려면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적극적인 홍보는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한국이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합의한 이후 암묵적으로 한한령을 발동했다. 중국 정부는 한 번도 ‘한한령’이라는 단어를 쓴 적이 없고 인정한 적도 없지만 중국에서 한국 콘텐츠가 소멸하고 중국인의 한국 단체 관광이 막히는 등 여러가지 제한이 생겼다.

중국은 2020년 12월초 국내 게임에 판호(게임허가증)를 약 4년 만에 발급하며 한한령을 조금씩 완화했고, 지난해 12월 한국 영화 ‘오!문희’가 6년만에 처음 중국 내 상영의 문을 열었다. 올해 들어 콘텐츠 진출이 하나둘 늘어나는 것은 물론 거리에서도 한국 스타들의 광고와 잡지 표지가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했다. 게임 부문에서는 중국 텐센트가 펄어비스의 제품인 ‘검은사막 모바일’ 비공개 테스트 참가자를 모집 중이다.

영화 오!문희 중국판 포스터
한국 문화계는 그동안 중국 의존도를 줄여가고 미국과 유럽, 동남아 등으로 활발하게 진출했다. 하지만 14억명의 중국 시장이 다시 열린다면 큰 기회가 될 것임은 틀림없다.

사드 사태 전 중국 내 한국드라마는 한 편당 30만~35만달러(약 4억3300만원)에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중국 장쑤(江蘇)위성TV는 버라이어티 쇼에 김수현을 출연시키기 위해 8시간 체류에 출연료를 비롯해 600만위안(약 11억6700만원)을 썼다는 후문도 있다. 중국 게임 시장은 지난해 기준으로 약 2965억위안(약 55조원)에 이르는 세계 최대 시장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정부가 자국 콘텐츠에 대해서도 심사를 부쩍 강화하고 있는데다 게임을 ‘정신적 아편’이라고 맹비난하는 등 각종 규제를 꺼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류 콘텐츠가 공백이었던 지난 6년간 중국 자체 콘텐츠의 질도 높아졌다. 일부 스타들이 반중 목소리를 내면서 중국 내에서 ‘한류 보이콧’을 지속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미동맹을 강조한 윤석열 당선인의 외교 행보도 변수다. 시티그룹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새로 출범하는 정부가 선거운동 기간 밝혔던 군사·외교 정책을 그대로 이행한다면 중국이 한한령을 다시 발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김진곤 주중한국문화원장은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한류 콘텐츠가 활성화되고 상영된 드라마가 인기 순위에 오르는 등 한류의 불씨가 되살아나고 있다”며 “중국 당국의 심의 허가가 콘텐츠 바이(by) 콘텐츠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중국으로 진출을 고려할 때 심의 기준을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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