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호의 과학 라운지](51)매운 것을 먹으면 왜 똥꼬가 아플까?

매운맛은 맛 아닌 '통각'…감각수용체 'TRPV1', 캡사이신과 결합해 통각 느끼게 해
'TRPV1', 혀 뿐 아니라 엉덩이에도 존재
  • 등록 2019-11-10 오후 1:46:36

    수정 2020-09-23 오전 11:27:24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과음 후 혹은 매운 음식을 실컷 먹고 난 후 화장실에서 타는 듯한 통증이나 화끈거림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매운 음식을 먹을 땐 쌓일 대로 쌓인 스트레스가 단번에 확 풀리는 기분이지만 뒷날 항문은 불이 나기 일쑤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매운맛은 맛이라기보다는 고통의 일종 즉 통각이다. 매운 감각을 느끼게 하는 대표적인 성분은 캡사이신(Capsaicin)이다. 매운 음식에 거의 빠지지 않는 고추 안에 많이 들어 있다.

캡사이신은 지방 분해, 살균, 염증 치료 등 긍정적 효과를 낸다고 알려졌지만 많이 섭취할 경우 여러 부작용도 생긴다. 그 중 하나는 바로 항문의 작열감이다.

캡사이신은 몸 속 통증수용단백질인 ‘TRPV1’과 결합해 통증은 물론 열과 땀을 야기한다. 통증수용단백질 ‘TRPV1’은 혀에서 우리 몸의 열과 통증을 제어하는 일종의 스위치 역할을 한다.

‘TRPV1’은 약 42℃ 이상일 때 스위치를 켠다. 캡사이신은 ‘TRPV1’을 자극해 스위치를 열리게 한다. ‘TRPV1’은 그 신호를 척수와 뇌로 전송하고 우리는 통각을 느끼게 된다. 즉 캡사이신이 ‘TRPV1’이라는 스위치를 켜 우리 몸에 경고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다만 뇌는 ‘TRPV1’의 위험 신호를 받아 그 해결책으로 엔도르핀을 분비하라고 명령한다. 즉 혀에 불이 나고 제어장치인 ‘TRPV1’가 119(뇌)에 신고하자 그 불을 끄기 위해 119는 소방차(엔도르핀)을 출동시키는 셈이다. 이런 쾌감은 매운 음식에 자꾸 손이 가게 하는 이유다.

이 같은 메커니즘은 엉덩이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소화기관을 통해 소화되고 남은 캡사이신이 항문을 통과할 때 ‘TRPV1’은 스위치를 열게 되고 우리는 그곳에서 화재를 경험하게 된다.

도움말=과학커뮤니케이터 케니 리(Kenny Lee)

*편집자주: 수학, 화학, 물리학, 생물학 등 기초과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인공지능(AI), 사물 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그 중요성은 점차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기초과학은 어렵고 낯설게만 느껴져 피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기초과학의 세계에 쉽고 재미있게 발을 들여 보자는 취지로 매주 연재 기사를 게재한다. 과학 유튜브 채널 ‘펑키 사이언스(Funky Science)’ 운영자이자 팝핀(Poppin)을 통한 과학대중화에 매진하는 케니 리(Kenny Lee)와 매주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 중 재밌는 내용들을 간추려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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