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사무실서 숙식하던 직원에 퇴거요구는 부당해고

"근로조건 중대한 변경 초래…해고방식 근로기준법 위반"
  • 등록 2016-05-05 오후 12:00:00

    수정 2016-05-05 오후 12:31:58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회사 사무실에서 숙식하며 근무해온 직원에게 퇴거를 요구한 것은 부당해고라고 법원이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유진현)는 이모씨가 “부당해고를 인정하라”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서울에 살던 이씨는 2014년 7월 대전에 있는 제조업체 J사에 취직하면서 다른 숙소를 구하지 않고 회사 사무실을 숙소로 사용했다

두 달쯤 지난 9월 어느 날 이씨와 이 회사 대표 최모씨는 회의를 하면서 언쟁을 벌였고 그날 자정이 다 돼가는 시각에 최씨는 직원 2명을 데리고 나타나 이씨에게 “방을 빼라”고 했다.

이씨가 “밀린 임금을 지불하면 나가겠다”고 거부했으나 최씨의 지시를 받은 직원들은 이씨의 짐을 사무실 밖으로 내갔다. 이 과정에서 이씨와 몸싸움을 벌인 직원 1명은 나중에 상해 혐의로 기소돼 벌금 5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씨는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이씨가 퇴거요구를 근로계약 종료로 이해하고 밀린 임금을 지불하라고 항의했고 대표는 일단 퇴거하라고 한 것은 두 사람이 실질적으로 근로관계 종료를 인식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J사는 대전에 있고 이씨의 집은 서울”이라며 “평일에 사무실을 숙소로 사용한 이씨에게 퇴거하라고 한 것은 근로조건에 중대한 변경을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며 “J사가 이씨에게 퇴거를 요구한 방식은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사무실을 2개월 가량 숙소로 사용했고 회사는 그동안 숙소를 마련하라고 요구하지도 않았다”며 “굳이 자정 무렵 직원 2명을 동원해 이씨의 짐을 강제로 걷어내고 상해를 입힌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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