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사랑 온도'는 따뜻했다..불황·한파에도 온정의 손길 늘어

사랑의열매·구세군 자선냄비 모금액 전년보다 소폭 늘어
익명 신월동 주민 4년째 명동 자선냄비에 1억원 기부해
"경기 어려울수록 어려운 이웃 돌아보는 시민들 늘어"
  • 등록 2014-12-28 오후 2:45:26

    수정 2014-12-28 오후 2:45:41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1. 서울 광화문 인근 회사에 다니는 김은숙(여·35)씨. 그는 퇴근 때마다 구세군 자선냄비를 만난다. 추울 때나 눈이 내릴 때나 거리에서 고생하는 봉사자들을 보면 나눔에 동참하고 싶다는 동기 부여가 생긴다. 김씨도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팍팍한 살림살이를 하고 있지만, 추운 겨울에 난방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지낼 어려운 이웃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짠하다. 몇 번이나 망설이던 끝에 김씨는 어느 추운 저녁, 미리 준비한 봉투에 5만원을 담아 자선냄비에 넣었다. 비록 큰 금액은 아니지만, 소외된 이웃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넉넉해지는 것 같다.

2. 지난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구세군 자선냄비 본부 사무실. 전날 모금한 금액을 계수하던 중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명동 입구에 설치된 자선냄비 모금함에서 1억원권 수표가 담긴 봉투가 나왔기 때문이다. 봉투 안에는 수표와 함께 “저에게 도움을 주시는 모든 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고, 아버지의 뜻을 이해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위와 딸들에게 아낌없이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새해에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고 많은 발전이 있는 한 해가 됐으면 합니다. 신월동 주민”이라는 내용의 편지가 들어 있었다.

경기는 꽁꽁 얼어붙은 채 좀처럼 풀릴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어려운 이웃을 도우려는 온정의 손길은 오히려 더 따듯하다.

28일 구세군 자선냄비 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5일까지 자선냄비 모금액은 약 22억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모금액 20억원보다 10%(2억원) 가까이 늘어났다. 특히 익명의 고액 기부가 이어지면서 훈훈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신월동 주민으로 알려진 익명의 후원자는 지난 2011년부터 4년째 자선냄비에 매년 1억원의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11일과 13일 명동과 강남구 압구정동 자선냄비에는 각각 5000만원(액면가 기준) 규모의 채권 기부가 들어오기도 했다.

구세군 자선냄비 본부 관계자는 “우리 사회가 비록 어렵고 힘들지라도 나눔을 실천하는 분들이 많다”며 “이들의 작은 정성과 나눔이 누군가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기적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구세군 자선냄비뿐 아니라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도 100도를 향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가 지난달 20일부터 희망나눔캠페인을 통해 모금한 금액은 15일 기준 약 1357억78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329억9000만원보다 27억8800만원(2.1%) 증가했다.

다만 ‘사랑의 온도’는 전년(42.8도)보다 1.3도 낮은 41.5도를 기록 중이다. 이는 내년 1월 말까지의 목표 모금액이 3268억원으로 전년도 목표액 3110억원보다 5%(158억원) 높아진 때문이다. 오랜 경기 침체와 세월호 참사 등의 여파도 예년보다 온도탑 수은주를 더디게 오르게 하는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경제가 어려울수록 이웃을 돌아보는 시민들이 많아진다는 점에서 관계자들은 내심 목표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 사랑의 열매 관계자는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정기 기부 프로그램의 경우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비정기적인 개인 기부는 경기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며 “특히 연말·연시에는 경기가 안 좋을수록 나눔을 실천하려는 시민이 오히려 늘어난다“고 귀띔했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신촌 유플렉스 광장에서 ‘구세군과 함께하는 따뜻한 나눔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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