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 1시께 서울 성동구 분당선 서울숲역 앞. 지하철역 입구로 연결된 보도와 서울숲 사이의 4만 3000여㎡ 부지는 대림산업과 ㈜부영이 설치해 놓은 높이 5m의 가림막에 둘러싸여 있었다. 가림막 너머로는 43층 높이 주상복합 아파트 ‘갤러리아 포레’ 2개 동이 우뚝 솟아있었다. 서울숲 개장 이후 8년, 초고층 아파트 등 각종 개발 호재가 쏟아지던 이곳은 수 년째 같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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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층 들어선다던 서울숲 인근 수년째 빈땅
서울숲은 2005년 6월 115만 6498㎡규모로 문을 열었다. 대규모 도심숲 조성과 함께 한화건설(시행사 인피니테크)과 대림산업은 서울시가 조성한 서울숲 상업용지 1·3구역 부지를 각각 2998억원, 3824억원에 사들여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건설을 계획했다. 부영은 한 시행업체에 한 차례 팔렸다가 다시 매물로 나온 4구역 상업용지를 2009년 뒤늦게 사들여 호텔과 컨벤션시설 등을 건립할 예정이다.
또 두산중공업은 서울숲과 인접한 성수전략정비구역에 한강변 최초의 50층 높이 초고층 아파트 건립을 추진했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은 서울숲 옆 삼표레미콘 공장 자리에 지상110층(높이540m)규모의 ‘글로벌 비즈니스센터’를 짓겠다는 청사진까지 밝히면서 서울숲 일대는 한껏 개발의 꿈에 부풀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해소되기 전엔 사업을 재개할 계획이 없다”며 “서울숲 일대는 주변 개발이 함께 이뤄져야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부영과 두산중공업, 현대차그룹 역시 개발 사업 추진을 미루며 상황을 재고 있는 중이다.
갤러리아포레 ‘안과 밖’의 엇갈린 시선
갤러리아포레는 서울숲 일대 개발이 지연되면서 한강과 숲 조망이 가능한 성수지역 유일의 초고층 아파트가 됐다. 지난해 7월 서울시가 발표한 실거래가에서도 전용 271㎡의 가격이 55억원을 기록해서 강남권을 제치고 서울 최고가 아파트에 등극했다. 총 230가구 규모인 갤러리아포레는 2월 현재 217가구가 입주를 마친 상태. 이곳 입주민들은 인근 성수동 주민들과 개발에 대해 큰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반면 갤러리아포레 입주민들은 개발 지연이 손해 될게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숲 인근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이곳은 투자보다는 서울숲의 쾌적한 환경을 보고 실거주하는 슈퍼 리치(고액 자산가)들이 많다”며 “이들은 개발 호재로 집값이 오르는 것 보다는 현재 누리고 있는 한강 및 숲 조망권을 계속 유지하길 원한다”고 했다.
입주민이 절반정도를 소유하고 있는 상가 역시 보증금 1억5000만원에 월세1000만원 정도로 압구정 등 강남권 수준이다. 연간 700만명이 찾는 서울숲의 유일한 상가란 점을 들어 가격을 높게 책정한 것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용산 개발도 좌초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서울숲 인근에 초고층 랜드마크 빌딩이나 주상복합이 들어서긴 어려워 보인다”며 “높은 토지비용을 안고 있는 건설사들도 지금같은 시장에서는 개발계획을 새로 내놓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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